EU, 전략 원자재 확보 위한 첫 전략 프로젝트 추진

자원 자립화 본격화

2025-03-27     이창우 기자
사진=뉴시스 제공.

유럽연합 집행위원회가 핵심 원자재 채굴을 촉진하기 위한 첫 번째 전략 프로젝트 제안을 최종 확정 단계에 돌입했다. 스페인 매체 국가보의 3월 22일 보도에 따르면, 브뤼셀은 지정학적 불안정성이 심화되는 가운데 외부 자원 의존도가 유럽 경제와 안보에 중대한 위협이 된다고 판단하고, 장기적인 자원 자립 체계 구축에 본격 나선다.

EU는 현재 자동차, 재생에너지, 국방 등 주요 산업에 필수적인 핵심 광물의 대부분을 외부에 의존하고 있다. 이를 두고 스테판 세주르네 EU 집행부장은 “환경, 디지털, 국방, 우주 전환 등에 필수적인 17개 전략 원자재를 확보했으며, 우리의 목표는 최소한 유럽 산업의 1년 수요를 충족할 수 있는 비축량을 확보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에 언급된 핵심 자원에는 배터리에 사용되는 리튬·코발트·니켈, 태양광 패널에 필요한 갈륨, 풍력 터빈용 붕소, 우주 및 국방 분야에 쓰이는 티타늄과 텅스텐 등이 포함된다. 세주르네는 이들 원자재가 각각 어떤 기술과 산업에서 쓰이는지를 언급하며, 이들의 안정적 확보가 유럽 산업의 지속 가능성과 전략적 자주권 확보에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원자재 확보의 지정학적 중요성은 최근 우크라이나 전쟁에서도 드러났다. 보도에 따르면, 미국은 우크라이나에 안보 보장을 제공하는 대신 일부 희토류 채굴 권리를 요구하고 있으며, 러시아 역시 자국 내 전략적 광물 자원을 외교적 카드로 활용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과 우크라이나 전쟁 등 최근 글로벌 위기는 전략 원자재의 공급망 취약성과 가격 급등 가능성을 실증했다. 해당 자원은 자동차 산업의 모터 및 배터리,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제조, 재생 에너지 설비, 군사용 미사일 유도 및 레이더 시스템 등 현대 산업 전반에 걸쳐 필수적이다.

EU의 ‘핵심 원자재 법안’은 전략 원자재의 추출, 가공, 재활용 능력을 강화하기 위한 전략 프로젝트 지정을 가능하게 하며, 이를 통해 공급망을 다양화하고 제3국에 대한 의존을 낮추는 것을 목표로 한다. EU 집행위원회는 지난해 여름까지 총 170건의 관련 프로젝트 제안을 접수했으며, 이 중 절반 가량이 채굴 관련 프로젝트지만 가공, 회수, 대체 기술 관련 제안도 다수 포함되어 있다.

EU는 자체 자원으로 전체 수요의 10%를 채굴하고, 가공 능력은 연간 전략 원자재 수요의 40%, 재활용을 통해 25%를 충족하겠다는 계획이다. 이 같은 목표는 유럽이 더 이상 지정학적 리스크에 휘둘리지 않는 자원 자립형 경제로 전환하려는 의지를 반영한다.

스페인은 이러한 전략의 핵심 국가 중 하나다. 유럽에서 두 번째로 큰 구리 및 마그네사이트 생산국이며, 특히 서부와 남부 지역에 미개발 자원이 풍부한 것으로 평가된다. 브뤼셀은 스페인을 포함한 EU 각국이 광업 및 자원 가공 역량을 키우는 것이 전략적 자주권 확보의 핵심 열쇠라고 보고 있다.

이는 에너지 위기 대응 과정에서 브뤼셀이 재생에너지 프로젝트 승인 절차를 간소화했던 것과 같은 맥락에서 볼 수 있다. 당시 일부 환경 단체들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EU는 러시아산 에너지 의존도를 줄이고 자주적 에너지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과감한 조치를 취한 바 있다. 이번 핵심 원자재 전략 역시 같은 논리 아래, 유럽의 전략적 경제 독립을 향한 또 하나의 큰 걸음이다.

이창우 기자 cwlee@nvp.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