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루 아마존 이탄지, 금광 채굴로 심각한 파괴 진행
페루 아마존 지역에서 이루어지는 금광 채굴이 기후 변화 대응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이탄지(peatland)를 급격히 파괴하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에피 통신이 3월 11일 보도한 바에 따르면, 최근 2년 동안 파괴된 이탄지 면적이 지난 30년간의 총합과 맞먹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연구는 영국 환경연구통신 11일자에 게재되었으며,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육상 위성 계획을 통해 35년 동안 수집된 위성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를 바탕으로 했다. 연구진은 페루 아마존 지역의 이탄지가 금광 채굴로 인해 예상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파괴되고 있으며, 이에 따른 탄소 배출량 증가가 기후 변화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페루 아마존 이탄지의 대부분은 야자 습지로 구성되어 있으며, 수천 년 동안 축적된 낙엽과 뿌리가 두꺼운 이탄층을 형성하고 있다. 이탄지는 대기 중 이산화탄소를 저장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며, 이 지역 숲보다 7배 이상의 탄소를 저장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수십 년 동안 페루 마드레드디오스 지역의 강변에서 소규모 금광 채굴이 번성하면서, 이탄지 파괴가 가속화되고 있다. 연구에 따르면, 지난 2년 동안 550헥타르 이상의 이탄지가 파괴되었으며, 이에 따라 대기 중으로 방출된 탄소량이 20만에서 70만 톤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최근 2년간의 파괴율이 이전 수십 년 동안의 총 파괴량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나, 사태의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연구 저자인 독일 카를스루에공대 지질학자 존 하우스홀더는 “작은 면적의 이탄지가 사라지더라도 온실가스 배출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탄지 채굴이 페루 아마존 전체 채굴 활동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현재 9% 수준이지만, 이 속도가 지속된다면 2027년까지 25%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연구에 따르면 페루 아마존 지역의 219개 이탄지 중 63개가 이미 채굴로 인해 영향을 받았으며, 이로 인해 1만 헥타르 이상의 이탄지가 파괴될 가능성이 크다. 이는 대기로 최대 1,450만 톤의 이산화탄소가 방출될 수 있음을 의미하며, 이는 수백만 대의 자동차가 1년 동안 배출하는 양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과학계는 10년 전부터 페루 이탄지의 이산화탄소 포집 능력을 연구하기 시작했으나, 아직 연구되지 않은 많은 지역에도 상당한 양의 이탄지가 존재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연구가 진행되기도 전에 이탄지가 급격히 사라지고 있어, 보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존 하우스홀더는 “이미 알려진 이탄지에 대한 연구 결과는 이를 보호해야 한다는 강력한 경고를 보내고 있다”며, “현재의 파괴를 막지 못한다면, 페루 아마존 지역의 이탄지는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입을 것이며, 이는 환경뿐만 아니라 사회와 경제에도 장기적으로 심각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차승민 기자 smcha@nvp.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