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시아, 탄소세 도입 가속화... 국제 경쟁력 강화 목표

태국·말레이시아·인도네시아, 탄소세 도입 가속화 기업 탈탄소화 및 국제 경쟁력 강화 목표

2025-03-11     차승민 기자
사진=뉴시스 제공.

점점 더 많은 동남아시아 국가들이 이산화탄소 배출량에 따라 세금을 부과하는 조치를 취하고 있다. 태국은 이달 중 탄소세를 도입하며, 말레이시아는 2026년까지 제도를 시행할 계획이다. 이는 지구 온난화 대응뿐만 아니라 자국 기업의 탈탄소화를 촉진하고 국제 경쟁력을 강화하려는 목적을 갖고 있다.

태국 정부는 지난 1월 하순 내각 회의에서 탄소세 법안을 승인했다. 이에 따라 휘발유와 항공연료 등 석유제품을 생산하는 기업은 제품 출고 시 이산화탄소 배출량 톤당 200바트(약 6달러)를 부담해야 한다. 해당 조치는 빠르면 이달 중 발효될 예정이다.

태국 정부는 기존 물품세의 일부를 탄소세로 대체해 기업과 소비자의 부담을 최소화할 계획이지만, 향후 세율 인상을 통해 탄소 배출 감축을 유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말레이시아는 2026년까지 철강 및 에너지 산업을 대상으로 탄소세를 부과할 예정이다. 인도네시아 역시 2025년 내 탄소세 시행을 검토하고 있다. 인도네시아는 2021년 관련 법을 제정했으나 시행 시기를 여러 차례 연기해 왔다. 법안에 따르면 탄소 배출량 톤당 3만 인도네시아 루피아(약 1.8달러)의 세금이 부과될 예정이다.

탄소세는 석유와 석탄 등 화석연료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에 부과하는 세금으로, 국가별로 계산 방식이 다르다. 기업과 개인이 배출량에 따라 세금을 납부하도록 하여 환경 보호와 지속 가능한 자원 이용을 촉진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핀란드는 1990년에 탄소세 제도를 선도적으로 도입했으며, 이후 프랑스와 캐나다 등 선진국으로 확산되었다. 일본 또한 탄소세를 시행 중이다. 반면, 신흥국과 개발도상국에서는 탄소세 도입 사례가 드물며, 동남아시아에서는 싱가포르가 유일하게 시행하고 있다.

이는 기후 변화 대응에서 선진국이 더 큰 책임을 져야 한다는 신흥국들의 견해가 반영된 결과이기도 하다. 그러나 최근 동남아시아 지역에서도 탈탄소화 필요성에 대한 인식이 확대되면서 탄소세 도입이 추진되고 있다.

아세안(ASEAN) 10개국의 탄소 배출량은 전 세계 총배출량의 4.9%를 차지하며, 국가별로는 6위에 해당한다. 이상기후와 해수면 상승은 이 지역에 큰 영향을 미치며, 대응이 지연될 경우 심각한 경제적 손실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동남아시아 국가들은 기업의 탈탄소화를 촉진하고 국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탄소세 도입을 서두르고 있다.

유럽연합(EU)은 2026년부터 탄소 국경 조정 메커니즘(CBAM)을 본격적으로 시행해, 환경 규제가 완화된 국가에서 수입되는 상품에 관세를 부과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동남아시아 기업들은 높은 이산화탄소 배출량으로 인해 수출 경쟁력 저하가 우려된다.

그러나 동남아시아의 탈탄소화 과정은 많은 도전에 직면해 있다. 이 지역은 석탄과 천연가스를 연료로 하는 화력 발전에 대한 의존도가 높으며, 재생에너지 발전에 적합한 지역이 제한적이다. 따라서 발전 부문에서만 감축 노력을 기울일 경우, 탄소 배출량 감소 효과가 미미할 가능성이 크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2024년 10월 발표한 보고서에서 2035년까지 동남아시아의 에너지 수요 증가폭이 세계에서 인도에 이어 두 번째로 클 것으로 전망했다. 2050년에는 동남아시아의 에너지 수요가 유럽연합을 초과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탄소세 도입과 탈탄소화 정책의 실효성이 중요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차승민 기자 smcha@nvp.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