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분쿄구, 중국인 주택 구매 열풍… 교육을 위한 '맹모삼천'

2025-03-08     차승민 기자
사진=뉴시스 제공.

일본 도쿄대가 위치한 분쿄구에서 중국인들의 주택 구매 열풍이 불고 있다. 일본 언론 보도에 따르면, 자녀 교육을 최우선으로 고려하는 중국 부모들이 명문 초등학교와 대학이 밀집한 이 지역으로 몰려들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은 고대 중국의 ‘맹모삼천(孟母三迁)’ 이야기를 떠올리게 한다.

분쿄구는 도쿄대학, 미타미즈여자대학, 도쿄의과대학치과대학, 쓰쿠바대학 등의 국립대학과 일본의과대학, 순텐도대학, 일본여자대학, 다쿠쇼대학, 도요대학 등 다수의 사립대학이 위치한 교육 중심지다. 또한, 이 지역에는 쇼와(Syouwa), 세이시(Seishi), 센다기(Sendagi), 쿠보마치(Kubomachi) 등 전통 있는 공립 초등학교 5개가 있으며, ‘3S1K’라고 불리는 이 학교들은 명문 중·고교 및 대학으로의 진학률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아사히 신문에 따르면, 분쿄구의 집값은 지속적인 상승세를 보이고 있으며, 이는 중국인들의 교육열과 깊은 관련이 있다. 도쿄의 부동산 가격이 전반적으로 오르는 가운데, 분쿄구에서는 60~70㎡ 규모의 중고 아파트가 1억 엔(약 90만 싱가포르 달러)을 넘는 경우가 흔하다.

현지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최근 몇 년간 분쿄구에서 아파트와 주택을 구매하는 중국인들의 비율이 급격히 증가했으며, 현재 전체 고객의 약 30%가 중국인이다. 이에 따라 일부 부동산 업체들은 중국어가 가능한 중개인을 고용하여 중국인 고객을 적극적으로 유치하고 있다.

분쿄구 교육위원회 통계에 따르면, 이 지역의 초등학교에 다니는 중국인 학생 수는 2019년 194명에서 지난해 467명으로 두 배 이상 증가했다. 중국 부모들이 자녀를 일본 학교에 입학시키려는 경향이 커지면서, 일부 학교들은 공식 웹사이트에 중국어 안내를 추가하는 등 대응에 나서고 있다.

상하이에서 일본으로 이주한 한 중국인 부부는 지난해 분쿄구에 60㎡ 규모의 아파트를 1억6000만 엔에 매입했다. 초등학생 두 자녀를 둔 이 부부는 "중국 인터넷에서 분쿄구가 교육에 최적의 지역이라는 정보를 접하고, 중개인에게 오직 이 지역의 집만 찾아달라고 요청했다"고 밝혔다.

중국 학부모들을 대상으로 상담을 제공하는 교육 전문가 모리카미 마사야스는 "분쿄구에는 일본 최고 명문인 도쿄대와 여러 명문 고등학교가 있으며, 교육에 열정적인 중국 부모들은 자녀의 명문학교 진학과 시험 준비 전략에 대해 끊임없이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중국인들은 단순히 자녀 교육뿐만 아니라 부동산 투자 목적으로도 분쿄구의 주택을 구매하고 있다. 특히 유명 학군 인근의 부동산은 장기적으로 가치가 유지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크다. 일부 부동산 중개업자들은 주택 구매자 중 절반가량이 일시불로 집을 매입한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중국 부모들이 일본을 선택하는 이유로 몇 가지 요인을 꼽는다. 첫째, 일본의 대학 입학 경쟁이 중국만큼 치열하지 않으며, 둘째, 엔화 가치 하락으로 인해 일본의 학비가 미국이나 유럽보다 상대적으로 저렴하다. 또한, 중미 관계 악화로 인해 미국 유학을 고려하던 중국인 학부모들이 일본을 대안으로 선택하는 경우도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 일본 분쿄구는 교육열이 높은 중국 부모들에게 '명문학교 진학의 성지'로 자리 잡아가고 있으며, 이로 인해 부동산 시장에도 지속적인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차승민 기자 smcha@nvp.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