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주식시장 급락…트럼프 관세 정책 여파로 매도세 확대

2025-03-03     이창우 기자
사진=뉴시스 제공.

일본 주식시장이 강한 매도 압력에 시달리며 급락세를 기록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이 3월 1일 보도한 바에 따르면, 2월 28일 닛케이 평균지수는 1100포인트 하락한 37,155포인트로 마감하며, 약 3%의 낙폭을 기록해 연내 최대 일일 하락폭을 보였다.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추진하는 관세 정책이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을 높이며 일본 증시에도 영향을 미쳤다.

T&D 자산관리회사의 수석 전략가인 나미오카 히로시는 “무역이 침체되면 일본 수출업체들의 실적이 악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도쿄 증시는 이러한 우려 속에서 2월 28일 하루 동안 광범위한 하락세를 나타냈다.

닛케이 평균지수는 여전히 2024년 8월 5일에 기록한 최근 저점(31,458포인트)보다는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지만, 개별 종목을 살펴보면 올해 2월 28일에 매도된 주식 수가 더 많다는 점이 주목된다.

닛케이 225 종목 중 43개(19%)가 2024년 8월 저점을 밑돌았으며, 도쿄증권거래소 프라임 시장 전체로 확대하면 1,628개 종목 중 291개(18%)가 당시보다 낮은 주가를 기록했다.

트럼프의 관세 정책이 직접적인 타격을 줄 가능성이 높은 산업군이 먼저 매도세를 보였다. 특히 제약업계가 대표적인 피해 업종으로 나타났다. 아스텔라제약의 주가는 28일 1,454엔(약 9.6달러)으로 2% 가까이 하락했다. 웨이차이의 주가도 약세를 보였다. 트럼프는 의약품 생산을 미국 본토로 이전할 계획이며, 수입 의약품에 약 25%의 관세를 부과할 가능성을 시사했다.

아스텔라는 매출의 40%를 미국에서 올리고 있어 관세 인상이 직접적인 타격을 줄 수밖에 없다. 아스텔라 최고경영자(CEO) 오카무라 나오키는 투자자들에게 “미국이 관세를 부과한다고 해서 미국에 새로운 공장을 건설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밝혔다. 이와 비슷하게 멕시코에서 대미 수출품을 생산하는 마쓰다와 대금공업 역시 주가 하락을 피하지 못했다.

일본 주식시장 급락의 주요 원인 중 하나는 해외 투자자들의 대규모 매도세였다. 일본거래소그룹이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2025년 2월 셋째 주까지 해외 투자자들은 총 2조 엔 이상의 일본 주식을 매도했으며, 여기에는 주식 현물뿐만 아니라 주가지수 선물도 포함되었다.

트럼프의 보호무역주의 정책은 글로벌 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미국 시장에 의존하는 일본 기업들의 주가가 직격탄을 맞고 있다.

미국에서 컵라면과 기타 식품을 판매하는 닛신식품홀딩스의 주가는 32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또한, 제조장비업체 디스코는 28일 하루에만 10% 이상 하락했고, 도쿄전자 역시 유사한 흐름을 보이며 시장의 불안을 반영했다.

관세 영향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내수 기업들도 매도세를 피하지 못했다. 다이와자산운용의 수석 전략가인 㭴 겐스케는 “쌀 가격 급등으로 인해 소비자들의 절약 경향이 강해졌으며, 이는 생산자들이 부족한 생산량을 가격 인상을 통해 보충하기 어렵게 만들었다”고 분석했다. 소비 위축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내수 기업들의 주가도 하락하는 흐름을 보였다.

일본 증시는 트럼프 관세 정책의 불확실성 속에서 변동성이 커질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해외 투자자들의 지속적인 매도세와 글로벌 경제 둔화 우려가 맞물리면서 향후 일본 시장의 추가적인 하락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창우 기자 cwlee@nvp.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