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정치인의 '말', '윤언여한(綸言如汗)' 같아서 신중해야

2025-03-01     이상기 칼럼니스트
사진=뉴시스 제공.

국가적 이슈나 민감한 사안과 관련하여 정치권과 정치인의 조삼모사(朝三暮四)식 말 바꾸기 행태가 논란이 되고 있다.

어제 한 말 다르고, 오늘 한 말 다르다. 여야가 바뀌거나 입장과 처지가 달라지면 말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천금같이 무거워야 할 정치지도자라는 사람들의 말과 논리가 일관성이 없고 표리부동하거나 아전인수식 억지를 부리는 듯한 인상을 주고 있으니 딱한 노릇이다.

무엇이 될까?보다는 국가와 국민을 위해 무엇을 할까?를 먼저 고민해야 한다.

정치 지도자는 먼저 국가의 미래에 대해 혜안을 갖고 최상의 결과를 상상해야 한다. 이후 거기서부터 역으로 무엇을 할지 플랜을 짜고, 행동 계획에 대해 자기 의도를 명확히 국민들에게 제시해야 한다. 그리고 일관성 있게 주장하고 밀고 나가야 한다.

이와 관련하여 제프 베이조스의 '거꾸로 일하기(working backwards)' 같은 접근법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아마존은 고객의 고통에서부터 시작하며, 니즈를 반영하되 해당 서비스의 결과(outcome)를 미리 정의하고 그것으로 미래의 보도자료를 지금 작성하는 방식으로 프로젝트를 이끈다.

이미 연구를 시작할 때부터 논문의 결론을 대략 써놓는 것과 마찬가지다.

마치 참모가 보고하는 보고서의 결론을 먼저 보면 훨씬 더 보고자의 의도를 명확히 알게 되는 것과 같다.

이처럼 말 잘하는 사람과 달리 일 잘하는 사람들에게는 비슷한 점이 있다.

바로 눈앞에 닥친 순서대로 일하는 것이 아니라, 미래를 명확히 내다보고 그곳에서 출발해 역으로 현재 무엇이 필요한지 목표를 설정하고 준비하기 시작하는 것이다.

"당신이 이루고자 하는 결과와 목표가 무엇인가?"를 놓고 가능한 방책을 다각도로 궁리하는 것이다.

도전적이되 구체적인 모습을 그리는 마스터플랜을 짜고 그것을 반영해야 한다. 그다음 그 목표(국정 과제)를 현실화하려면 어떤 활동이 필요한지, 어떤 인풋이 필요한지 역산해 계획을 세우고 실천에 옮겨야 한다.

또한 정치인은 말을 청산유수처럼 잘하는 사람이 아니라, 말을 예쁘게 듣기 좋게 해야 하는 것 이전에 진심을 전달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이른바 정치인의 말은 설득력과 일관성이 있는 반면, 정치꾼의 언변은 순간적인 사탕발림에 불과하여 언젠가는 들통 나기 마련이다.

사자성어에 '윤언여한(綸言如汗)'이라는 말이 있다.

"지도자가 한 말은 몸 밖에 나온 땀과 같다."는 뜻으로, 한 번 자기 몸에서 나와 버리면 두 번 다시 되돌아갈 수 없으며, 한 번 그 입에서 나오면 취소할 수 없다.

국민들은 정치인의 말을 뚜렷이 기억하기 때문에 믿음(信)을 주려면 말에 대해 책임을 지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이상기 칼럼니스트 sgrhee21@nvp.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