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인생, 소명(召命)을 받고 와서 소천(召天)을 받는 과정

2025-02-24     곽주호 칼럼니스트 
사진=뉴시스 제공.

 

누구나 죽음을 맞고 소천[召天]을 받게된다

잠시 이세상에 소풍 왔다 가는 격이다.

소천[召天]은 '하늘에 불려가다(하나님의 부름을 받다)'라는 뜻으로, 개신교에서 죽음을 일컫는 말이다.

통상 우리는 "소천하시다"라고 하지만 "소천받다"라고 써야 문법상 자연스러운 표현인 셈이다.

이른바 이세상에 "소명(召命, 신이 준 명령)을 받고 왔다가 소천[召天]의 부름을 받고 이 세상과 작별하는 것이다.

그래서 탄생과 죽음은 길고 짧을수는 있지만 누구에게나 공평한 셈이다.

소천을 앞두고 삼성 창업주 이병철 회장은 간암 투병 중 "이 암만 고치면 전 재산의 반을 기증하겠다"고 언급했다고 세계적인 암 명의 김의신 박사가 '유퀴즈’에 나와 전한 내용이다.

세계 최고의 암 센터 미국 MD앤더슨에서 32년간 종신 교수 지내며 미국 의사들이 뽑은 최고의 의사에 11번이나 선정되기도 했던 김의신 박사는 결국 "권력도, 돈도, 명에도 건강만큼 중요하지  않은 셈이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누구나 나이들면 늙게 마련이고 죽게 마련이다.

양경숙 시인의 <그대는 늙어보았는가>라는 시 구절천명을 받아들이는 것이 무엇인가를 잘 말해주고 있다.

"남을 위해 헌신한 날들로 젊음을 보냈지만 이젠 왜 고통스러웠는지 알겠더라.

준 만큼 받으려고 했고 담쟁이처럼 기어올라 성취욕을 즐겼지만 다 부질없음을 알겠더라 늙어 보니.

 아주 작고 당연한 것에 감사하게 되고 행복이 무엇인지 알겠더라.

새벽이 오면 그 한 날을 산다는 것 어둠이 내리면 조용히 나를 관조하는 것 그런 소소한 일상이 행복이란 걸 늙어 보니 알겠더라.

그래서 나는 마음이 여유로운 지금이 좋다"

이에 늙어가면서 마음의 준비가 중요하다.

"모진 세월 가고 아아 편안하다. 늙어서 이리 편안한 것을 버리고 갈 것만 남아서 참 홀가분하다"

대하소설 토지를 쓰신 박경리 작가의 "옛날의 그 집"이라는 유고시의 끝부분이다.

가만히 읖조려보니  작가의 고된 삶과 생의 끝자락에서 홀가분하게 떠날 준비를 하시는담백함이 참 아름다우면서도 애처럽게 느껴지는 것이 우리네 인생이다.

그래서 우리는 어쩌면 나이가 들어 늙어가면서 철이 들어간다. 세상의 순리라는 것을 깨닫게 한다.

"흐름을 거스르려 하면 더 많은 힘이 든다. 물결에 몸을 맡길 때 우리는 더 멀리 나아갈 수 있다. 기쁨도, 슬픔도 지나간다. 어떤 감정도 영원히 지속되지 않는다. 

지금 이 순간을 온전히 살지 못하면, 과거에 갇히거나 미래에 불안해하며 떠밀려갈 뿐이다.

완벽한 삶이란 없다. 그러나 흐름 속에서 균형을 찾는 법을 배우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는 모두 강물처럼 흐르며 서로에게 영향을 미친다."

로랑스 드빌레르, <모든 삶은 흐른다>에서 균형을 찾아서 물처럼 흐르다가 종착역에 도착해서 '아름다운 소풍'을 조용히 마무리히는 것이다. 그것이 인생이다.

곽주호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