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트뱅크, AI 인프라 투자 강화

미국과 일본서 대규모 프로젝트 추진

2025-02-17     차승민 기자
사진=뉴시스 제공.

소프트뱅크 그룹이 일본과 미국에서 대규모 인공지능(AI) 관련 투자 계획을 발표하며 주력 사업 재조정에 나섰다. 2월 13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소프트뱅크는 AI 인프라 구축을 위한 대규모 자금 조달 계획을 추진하며, 미국과 일본에서 적극적인 투자 행보를 보이고 있다.

소프트뱅크 그룹의 최고재무책임자(CFO)인 고토 요시미쓰는 AI 프로젝트의 자금 조달 방안에 대해 "미국 프로젝트에서는 전체 투자금의 80~90%를 대출 등 외부 자금 조달로 충당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를 통해 자체 재정 부담을 줄이는 동시에 미국 기술 대기업과의 투자 경쟁에 대응하겠다는 전략이다.

소프트뱅크는 2월 12일 도쿄에서 재무 보고서 설명회를 개최했으며, 손정의 회장은 참석하지 않았지만 고토 CFO가 AI 전략을 발표했다. 그는 "인류의 1만 배 지혜를 가진 슈퍼 AI(ASI)를 반드시 구현하겠다"며 칩, 데이터 센터, 전력, 로봇을 중점 투자 분야로 지정했다.

소프트뱅크 그룹은 1월 말 미국 OpenAI, 오라클과 협력하여 향후 4년간 5000억 달러를 투자하는 '스타게이트'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또한, 2월 3일에는 일본에서도 OpenAI와의 협력을 통해 합작 회사를 설립하고, 기업 내부 데이터를 활용한 전용 AI 소프트웨어를 개발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소프트뱅크는 AI 관련 기업 투자에서 AI 인프라 구축으로 사업의 중심을 옮기고 있다. 이에 따라 시장 관계자들은 이 같은 사업 전환에 필요한 막대한 자금 확보 방안을 주목하고 있다.

고토 CFO는 이날 설명회에서 "자금 조달에 대한 자신감이 있으며, 외부에서 대량의 자금을 조달할 것이기 때문에 소프트뱅크 그룹의 재무 부담이 크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소프트뱅크는 '프로젝트 파이낸싱' 방식을 활용하여 대규모 자금을 조달할 예정이다. 이 방식은 통신 인프라 및 에너지 개발과 같은 대형 프로젝트에 주로 사용되며, 연간 3500억~3800억 달러 규모의 시장이 형성되어 있다. 대출 제공자는 은행, 펀드, 연금 펀드 및 보험 회사 등으로 다양하다.

'스타게이트'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각 지역에 데이터 센터를 건설하고, 전력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한 발전 시설도 설치할 계획이다. 소프트뱅크 그룹, OpenAI, 오라클 등은 각 프로젝트 투자 총액의 10~20%에 해당하는 지분을 직접 투입하고, 나머지 80~90%의 자금은 대출 등의 방식으로 외부에서 조달할 예정이다. 이 과정에서 소프트뱅크는 미즈호은행 및 미국 투자펀드 아폴로글로벌매니지먼트와 자금 지원 협의를 진행할 계획이다.

또한, 소프트뱅크 그룹과 OpenAI는 250억 달러 규모의 추가 투자 협의를 진행 중이며, 일본 내 AI 사업에도 매년 4500억 엔을 투자할 방침이다.

소프트뱅크 그룹이 AI 사업에 집중 투자할 수 있는 배경에는 재정적 여유가 커졌기 때문이다. 2024년 12월 말 기준, 소프트뱅크 그룹의 순자산가치(NAV)는 29.3조 엔에서 현재 33.5조 엔으로 증가했으며, 현금 및 유동성 자산도 5조 엔까지 확대됐다. 이러한 재정적 기반을 바탕으로 소프트뱅크는 AI 산업에서 적극적인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소프트뱅크는 창립 이래 기술 발전에 따라 주력 사업을 지속적으로 조정해 왔다. 초기에는 개인용 컴퓨터 패키지 유통 및 출판 사업을 시작했으며, 1990년대 후반 야후 일본 법인을 설립하고 인터넷 사업으로 확장했다.

이후 2006년 영국 보다폰 일본 법인을 인수하며 휴대전화 사업을 주력으로 삼았고, 2013년에는 미국 이동통신 기업 스프린트를 인수했다. 2017년 비전펀드 설립 이후 투자 사업에 집중했지만, 최근 AI 인프라 구축으로 다시 산업 분야에 가까운 전략을 채택하고 있다.

한편, 최근 미국 기업가 일론 머스크가 974억 달러에 OpenAI 인수를 제안했지만, OpenAI 최고경영자(CEO) 샘 올트먼은 이를 거절했다.

고토 CFO는 "소프트뱅크 그룹과 OpenAI의 협력 관계에는 변함이 없다"며 "머스크의 제안에 대해 감정적인 대응을 하지 않고 냉정하게 지켜볼 것"이라고 밝혔다.

소프트뱅크 그룹의 AI 투자 확대는 향후 글로벌 AI 시장에서 경쟁력을 강화하는 중요한 전환점이 될 전망이다. 이들의 대규모 AI 인프라 구축 계획이 성공할 경우, 일본과 미국을 중심으로 AI 산업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형성할 가능성이 높다.

차승민 기자 smcha@nvp.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