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다-닛산 합병 협상 결렬… 일본 자동차업계 구조조정 난항

2025-02-16     차승민 기자
사진=뉴시스 제공.

혼다와 닛산 자동차가 경영 합병 협상을 종료한다고 2월 13일 공식 발표했다. 이는 지난해 12월 공식적으로 합병 협상이 시작된 지 한 달여 만의 결렬로, 일본 자동차업계의 대형 재편 가능성이 무산되었다.

양사는 이사회를 통해 합병 협의를 종료하기로 결정했으며, 당초 협상에 참여했던 미쓰비시자동차도 합병 논의를 중단하기로 했다. 만약 합병이 성사되었다면, 혼다와 닛산은 도요타, 독일 폭스바겐에 이어 세계 3위의 자동차 기업으로 자리매김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합병은 무산되었지만, 두 기업 간의 전기차 개발 협력은 지속될 계획이다.

초기 합병 계획은 혼다와 닛산이 하나의 지배 기업을 설립하고, 각각 자회사로 편입되는 방식이었다. 하지만 실적 부진을 겪고 있는 닛산의 사업 재편을 두고 양사 간 견해 차이가 좁혀지지 않았다. 혼다는 닛산의 철저한 구조조정을 요구했으나, 닛산이 제시한 태국과 북미 지역 인력 감축안이 충분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또한 혼다는 닛산을 자회사로 둘 가능성을 제기했으나, 닛산이 강력히 반대하면서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졌다.

혼다 미베 도시히로 사장은 기자회견에서 "합병 후 체제 구축에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했으며, 이에 대한 위기감을 느꼈다"며, "혼다 주도의 지배 체제가 필요하다고 판단해 지분 맞교환을 통한 닛산 자회사 편입안을 제시했다"고 밝혔다. 반면 닛산 우치다 마코토 사장은 "경영 자율성 유지가 불확실하다"며 합병 방식에 대한 우려를 표했다.

현재 혼다의 시가총액은 약 7조5000억 엔(약 500억 달러)으로 닛산의 5배 수준이며, 2023 회계연도 매출액 또한 닛산의 1.6배에 달한다. 이에 따라 닛산이 주장한 대등한 합병 요구가 혼다 측과의 합의를 이루지 못하는 결정적 요인이 되었다.

한편, 자동차 산업은 전기차 시장 확대와 함께 새로운 경쟁 구도에 직면하고 있다. 중국 신흥 기업들의 판매량 급증으로 중국은 2023년 일본을 제치고 세계 최대 자동차 수출국이 되었으며, 미국 테슬라의 시장 점유율도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일본 자동차업계는 전통적으로 강한 경쟁력을 보유했으나, 글로벌 시장 변화 속에서 생존을 위한 대규모 재편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혼다와 닛산의 합병이 무산되면서 일본 내 자동차업체들의 경쟁력 확보를 위한 새로운 구조조정 방안이 요구되는 상황이다.

차승민 기자 smcha@nvp.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