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2024년 부패 감각 지수 최저치 기록
미국이 2024년 글로벌 공공 부문 '부패 감각 지수'에서 사상 최저 순위를 기록했다. 반부패 감시 기관인 '투명 국제(Transparency International)'가 2월 11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은 이번 평가에서 65점(100점 만점)을 기록하며, 180개 국가 및 지역 중 28위에 머물렀다. 이는 지난해보다 4점 하락한 수치로, 법원에 대한 대중 신뢰의 급감이 주요 원인으로 분석됐다.
투명 국제 미국사무실의 스콧 그레이택 공보담당관은 "미국에서도 법원이 의회나 행정부처럼 부당한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인식이 확산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이는 큰 변화라고 지적했다.
이번 부패 감각 지수에서 덴마크는 90점을 기록하며 가장 청렴한 국가로 평가되었다. 핀란드, 싱가포르, 뉴질랜드, 룩셈부르크가 뒤를 이었으며, 반면 남수단은 8점으로 최하위를 기록했다.
부패 감각 지수는 단순한 설문조사가 아닌 전문가 및 기업인의 평가를 바탕으로 공공 부문의 부패 수준을 측정한다. 조사 항목에는 뇌물 수수, 공금 유용, 부패 사건의 기소 효과 등이 포함되며, 데이터는 세계은행, 세계경제포럼, 민간 컨설팅 회사, 싱크탱크 등 13개의 외부 기관에서 수집된다.
특히, 이번 보고서는 미국의 순위 하락과 함께 대중의 사법부 신뢰도 저하를 강조했다. 미국 대법관 클라렌스 토마스가 억만장자로부터 사치스러운 선물을 받은 혐의로 논란이 된 바 있으며, 이 외에도 법원을 둘러싼 여러 의혹이 제기됐다. 이러한 상황에서 미국 대법원은 2023년 법관 윤리 기준을 도입했으나, 여전히 객관적인 실행 메커니즘이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갤럽이 지난해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2020년 이후 미국인의 사법 시스템에 대한 신뢰도가 24%포인트 하락해 35%에 도달하며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의 법원 신뢰도 중위수 55%와 비교했을 때 크게 낮은 수치다. 미국 내 사법부에 대한 불신이 지속되는 가운데, 향후 법원의 독립성과 신뢰 회복을 위한 구체적인 조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창우 기자 cwlee@nvp.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