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통령, '상호 관세' 부과 결정... 유럽과 무역 긴장 고조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13일 각서에 서명해 미국산 제품에 과세하는 국가들에 대해 '상호 관세'를 부과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유럽연합(EU)을 비롯한 여러 국가들이 주요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 오벌 오피스에서 기자들과 만나 "공평성을 위해 대등한 관세를 부과하기로 했다"며 "이는 미국이 부담하는 세율과 동일한 관세를 특정 국가에 부과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미국과 무역 적자가 큰 국가들이 우선적인 관세 조치를 받게 될 가능성이 높다.
미국 정부 고위 관계자는 해당 관세 조치가 즉각 시행되는 것이 아니라 몇 주 혹은 몇 달 내에 발효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미국은 특정 국가들이 미국 제품에 높은 관세를 부과하면서도 미국 시장에서 혜택을 받고 있다고 보고 있으며, 이에 대한 균형 조정을 시도하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은 그동안 많은 국가들을 지원해 왔지만, 이제는 그들도 우리가 해준 것을 기억하고 공정하게 우리를 대할 때"라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유럽연합을 겨냥해 "유럽은 무역적으로 절대적으로 야만적이며, 유럽의 부가가치세는 변형된 관세"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백악관 관계자는 유럽 자동차 산업이 가장 큰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현재 미국은 수입 자동차에 2.5%의 관세를 부과하고 있지만, 이번 조치로 인해 이 세율이 27%까지 상승할 수 있다. 반면 EU는 미국산 자동차에 10%의 관세를 부과하고 있으며, 추가적으로 17% 이상의 부가가치세를 적용하고 있다. 이에 따라 미국은 같은 수준의 '상호 관세'를 도입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유럽 해산물 산업도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백악관 성명에 따르면, 유럽연합은 미국 50개 주 중 48개 주에서 해산물 수입을 금지하고 있어 무역 불균형이 발생하고 있다. 2023년 기준으로 미국은 2억7,400만 달러 상당의 유럽 해산물을 수입한 반면, 미국의 유럽 해산물 수출은 3,800만 달러에 불과했다.
브라질도 이번 조치의 주요 대상국 중 하나다. 백악관에 따르면, 현재 미국의 에탄올 수입 관세는 2.5%에 불과하지만, 브라질은 미국산 에탄올에 18%의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 또한 인도 역시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 뉴델리는 미국산 오토바이, 특히 할리 데이비슨에 100%의 관세를 부과하고 있으며, 반면 미국은 인도산 오토바이에 2.4%의 관세만 적용하고 있다.
워싱턴의 이번 조치는 단순한 관세 부과가 아닌 각국과의 무역 협상을 위한 전략적 수단으로 평가된다. 백악관은 현재 미국산 제품에 대한 각국의 관세 체계를 재조정하기 위해 해당 정책을 추진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무역뿐만 아니라 이민 및 국가 안보 등의 측면에서도 유리한 협상 환경을 조성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앞으로 국제 무역 질서에 상당한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차승민 기자 smcha@nvp.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