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철강·알루미늄 관세 도입…EU, 보복 관세로 맞대응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유럽연합(EU)의 철강 및 알루미늄 제품에 대해 25%의 징벌적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하면서, 대서양을 사이에 둔 무역 전쟁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 이에 EU는 즉각적인 보복 조치로 미국산 오토바이와 위스키 등에 최대 50%의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강경한 입장을 밝혔다.
트럼프는 2월 10일, 모든 철강 및 알루미늄 수입 제품에 대한 25%의 관세 부과 행정 명령에 공식 서명했다. 이에 대해 유럽연합 집행위원회는 유럽 기업과 종사자, 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한 대응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EU는 이미 보복 조치 목록을 완성했으며, 2018년 트럼프 정부가 유럽산 철강과 알루미늄에 관세를 부과했을 당시와 동일한 조치를 즉각 시행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밝혔다. 당시 보복 관세는 조 바이든 대통령과의 합의에 따라 중단되었지만, 오는 3월 31일 자동 무효화됨에 따라 재개될 가능성이 높다.
보복 대상 제품으로는 미국의 상징적인 브랜드인 할리 데이비슨 오토바이, 버번 위스키, 모터보트 등이 포함되었다. 이들 제품은 유럽 내에서 현지 제품으로 대체할 수 있어 EU 측의 경제적 부담이 크지 않다.
하지만 이번에는 기존 25%였던 관세율을 50%로 두 배 높여 보다 강력한 압박을 가할 계획이다. 또한, 철강 및 알루미늄 제품뿐만 아니라 청바지, 오렌지 주스 등 다양한 미국산 제품이 추가 관세 대상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베른트 랑게 유럽의회 무역위원장은 "트럼프가 철강·알루미늄에 관세를 부과하면 EU는 즉각적으로 미국산 할리 데이비슨 오토바이, 버번 위스키, 모터보트 등에 50%의 보복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한 "반제 조치는 유럽연합 집행위원회를 통해 즉각 재개될 수 있으며, 빠르게 진행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보복 조치는 단순한 경제적 대응이 아니라 정치적 압박의 의미도 포함하고 있다. EU가 선택한 보복 대상 제품들은 트럼프와 공화당에 중요한 정치적 거점인 위스콘신주와 켄터키주에서 생산된다. 이는 트럼프 및 공화당의 핵심 지지층에 직접적인 타격을 주어 정치적 압력을 높이려는 전략의 일환이다.
브뤼셀의 태도는 단호하다. EU는 이번 무역 갈등에서 결코 양보하지 않을 것이며, 강력한 반격만이 트럼프를 협상 테이블로 복귀하게 만들 것이라고 보고 있다. EU는 이미 미국이 유럽산 자동차 및 기타 제품에 추가 관세를 부과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더 광범위한 보복 관세 목록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트럼프의 이번 조치는 EU뿐만 아니라 다른 주요 철강 및 알루미늄 수출국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캐나다, 브라질, 멕시코, 한국 등 미국의 주요 철강 공급국들도 이에 대한 대응책을 강구할 것으로 보인다. 영국철강협회는 이번 관세가 철강 산업에 '파괴적인 타격'을 줄 것이라며 강한 우려를 표명했다.
경제 전문가들은 미국 내에서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지적한다.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의 모리스 오브스테펠트 연구원은 "철강과 알루미늄은 미국 제조업의 핵심 원자재이며, 이번 관세 조치는 미국 경제에 심각한 공급 충격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트럼프는 무역 적자를 줄이고 경제적 우위를 확보하기 위한 주요 수단으로 관세 정책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조치가 실제로 미국 경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지는 여전히 논란의 여지가 크다. 미국과 EU 간의 무역 갈등이 더욱 격화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향후 전개될 상황에 국제 사회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창우 기자 cwlee@nvp.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