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값, 사상 최고치 경신… 2025년에도 강세 지속 전망

각국 중앙은행의 금 수요 증가

2025-02-10     이창우 기자
사진=뉴시스 제공.

금값이 연일 상승세를 기록하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최근 글로벌 경제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가운데, 투자자들은 금을 안전자산으로 선호하고 있으며, 이는 금값 상승을 더욱 부추기고 있다.

뉴욕 상품거래소에서 거래된 금 선물 가격은 2월 7일(현지시간) 유럽 저녁 거래에서 0.4% 상승해 온스당 2,888달러를 기록했다. 장중 한때 2,910.6달러까지 상승하며 역대 최고가를 다시 한번 경신했다. 이는 6주 연속 상승세를 유지한 것이며, 올해 들어서만 9.4% 상승한 수치다.

금값 상승의 배경에는 다양한 요인이 작용하고 있다. 스톤커스의 포아드 라자크자다는 최근 금값의 강세가 지정학적 불확실성, 인플레이션 우려, 중앙은행의 완화적 정책, 그리고 중앙은행 및 개인 투자자들의 꾸준한 금 수요에 의해 주도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미국 정부의 정책이 금값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추진하는 관세 정책과 경제 성장 촉진 정책이 인플레이션 압력을 가중시키면서 금의 전략적 자산으로서의 가치를 더욱 높이고 있다. 세계금협회(WGC)의 미주지역 수석 시장 전략가 조 카바토니는 미국이 캐나다와 멕시코에 대한 관세 부과를 한 달 연기하면서 단기적으로 시장의 압력을 완화했으나, 글로벌 무역 긴장과 관련된 더 큰 위험 요소들은 여전히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미국과 중국 간의 무역 갈등 역시 금값 상승을 촉진하는 요소 중 하나다. 미국은 여전히 중국산 수입품에 10%의 관세를 부과하고 있으며, 중국의 보복 관세가 2월 10일부터 시행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투자자들은 불확실한 경제 환경에서 금을 안전자산으로 삼고 있다.

인플레이션은 금값 상승을 주도하는 핵심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시장의 관심은 2월 12일 발표될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 보고서에 집중되고 있으며, 강한 인플레이션 데이터가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정책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라자크자다는 강한 인플레이션 데이터가 달러 가치와 채권 수익률 상승을 유도할 수 있지만, 금값은 여전히 상승세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한편, 미국 국채 수익률이 상승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금값은 오히려 강세를 보이고 있다. 전통적으로 금과 국채 수익률은 반대로 움직이는 경향이 있지만, 투자자들은 포트폴리오 다각화를 위해 금 투자를 늘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골드비전 귀금속 유한회사의 공동 펀드 매니저 키스 왓슨은 "이러한 움직임은 투자자들이 보다 광범위한 포트폴리오 전략을 구사하기 시작했음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세계 각국 중앙은행 역시 자산 다각화의 일환으로 금 보유량을 늘리고 있다. 세계금협회에 따르면, 신흥 시장을 중심으로 한 중앙은행들의 금 수요가 2024년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으며, 3년 연속 연간 1,000톤 이상의 금을 매입했다.

골드비전 귀금속의 공동 펀드 매니저 롭 크레이퍼드는 "세계적으로 경제 불안 요소가 증가함에 따라 중앙은행들이 금을 전략적으로 매입하고 있다"며 "관세 및 무역 전쟁 등의 문제로 인해 미국 국채 대신 금을 보유하려는 경향이 강화되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 정부의 부채 문제 또한 금값 상승을 지지하는 요인 중 하나다. 현재 미국의 국가 부채와 국내총생산(GDP) 비율은 123%에 달하며, 이는 코로나19 팬데믹 당시를 제외하고 역사적으로 가장 높은 수준이다. 국가 부채 위기의 심화는 안전자산으로서 금의 매력을 더욱 부각시키고 있다.

왓슨은 "투자자들은 포트폴리오의 일정 부분을 안전자산에 배분해 리스크를 대비하려 한다. 이에 따라 금 투자 수요는 더욱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정학적 긴장이 고조되고 안전자산 수요가 증가하는 가운데, 투자자와 중앙은행들은 금 보유를 더욱 확대하고 있다. 또한, 세계금협회의 카바토니는 경제 데이터가 약세를 보이면서 중앙은행들이 향후 몇 달 동안 보다 완화적인 통화정책을 취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일반적으로 낮은 금리는 무이자 자산인 금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결과적으로, 2024년 금값 상승을 견인한 주요 요인들은 여전히 유효하다. 카바토니는 "일부 하방 리스크가 존재하지만, 2025년에도 금값 강세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이창우 기자 cwlee@nvp.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