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준비은행, 5년 만에 환매조건부채권 금리 인하…경제 부양 신호

2025-02-09     차승민 기자
사진=뉴시스 제공.

인도 준비은행(RBI)이 2월 7일, 약 5년 만에 처음으로 주요 환매조건부채권(레포) 금리를 인하하며 경제 부양을 위한 신호를 보냈다. 이는 덜 긴축적인 통화정책을 시사하는 조치로 해석된다.

통화정책위원회(MPC)는 11회 연속 금리를 유지한 후, 만장일치로 금리를 25bp(베이시스 포인트) 인하하여 6.25%로 조정했다. 이번 조치는 인도의 주요 금리가 2020년 5월 이후 처음으로 하향 조정된 사례로 기록됐다.

RBI 총재 산자이 마르호트라는 지난해 12월 취임 이후 첫 정책 평가 연설에서 경제 성장이 회복세를 보이지만 여전히 낮은 수준이며, 인플레이션 상황이 금리 인하를 위한 여지를 열어주고 있다고 언급했다. 마르호트라는 "MPC는 중립적인 입장을 유지하면서, 덜 긴축적인 통화정책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이 같은 결정이 발표된 후, 인도 기준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은 5bp 상승한 6.70%를 기록했으며, 루피 환율과 주요 주가지수는 소폭 하락했다. 싱가포르 DBS은행의 선임 이코노미스트 라디카 라오는 "MPC가 '중립적' 입장을 유지함으로써 완전한 비둘기파적 신호를 피했다"고 평가했다.

인도 정부는 제조업 부진과 기업 투자 둔화로 인해 3월 종료되는 회계연도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6.4%로 하향 조정했다. 이는 최근 4년간 가장 낮은 성장률이다. 반면, RBI는 7일 발표에서 다음 회계연도의 성장률을 6.7%로 전망했다.

마르호트라는 고용 증가, 감세 정책, 인플레이션 둔화, 강수량 증가로 인한 농업 생산량 확대가 경제 성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소매 인플레이션율은 작년 12월 5.22%를 기록하며 4개월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고, 향후 몇 달 내에 점진적으로 RBI의 중기 목표인 4%로 수렴할 것으로 예상된다.

RBI는 현재 회계연도의 평균 인플레이션율을 4.8%, 다음 회계연도를 4.2%로 전망했다. 마르호트라는 식품 인플레이션 압력이 점차 완화될 것으로 기대하면서도 변동성이 큰 에너지 가격이 인플레이션 전망에 주요 리스크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또한 핵심 인플레이션율이 다소 상승할 가능성이 있지만, 전체적으로 온건한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번 금리 인하 조치는 인도의 경기 부양을 위한 신호탄이 될 것으로 보이며, 향후 RBI의 추가적인 통화정책 방향이 주목된다.

차승민 기자 smcha@nvp.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