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화 강세 지속…미국 관세 인상과 일본은행 금리 인상 기대 영향

금리 인상 기대감, 엔화 매수세 자극 일본, 상대적으로 낮은 관세 리스크

2025-02-09     이창우 기자
사진=뉴시스 제공.

최근 외환시장에서 엔화가 여러 통화 대비 강세를 보이고 있다. 이는 미국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인상 조치로 인한 영향과 일본은행의 추가 금리 인상 기대감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분석된다.

일본이 상대적으로 관세 리스크가 적은 국가로 여겨지면서 자금의 피난처로서 엔화가 선택되고 있으며, 일본 중앙은행의 긴축 통화 정책 기대감도 이러한 흐름을 가속화하고 있다.

닛케이 통화 지수(2020년=100)에 따르면, 엔화는 주요 10개 통화(G10) 중 가장 큰 폭으로 상승했다. 6일 외환시장에서 엔화 대비 달러 환율은 한때 1달러당 151엔을 기록하며 2024년 12월 중순 이후 최고치를 나타냈다. 또한, 엔화 대비 호주 달러 환율은 약 5개월 만에, 유로 대비 환율은 약 2개월 만에 최고점을 경신했다. 이는 투자자들이 일본 엔화를 선호하는 움직임이 반영된 결과다.

일본은행이 추가 금리 인상을 단행할 것이라는 전망이 시장에 확산되면서 엔화 매입이 가속화되고 있다. 아카자와 료마사 경제재정재생상은 중의원 예산위원회에서 "아직도 인플레이션 상태이며,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 총재와 이견이 없다"고 밝혔다. 이 같은 발언은 시장의 금리 인상 기대감을 더욱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소니 파이낸셜 그룹의 수석 애널리스트인 이시카와 구미코는 "정부 측에서 인플레이션을 의식한 발언을 내놓으면서, 일본은행이 결국 금리 인상을 단행할 것이라는 인식이 강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일본은행이 주시하는 경제 지표들도 금리 인상 기대를 뒷받침하고 있다. 일본 후생노동성이 발표한 2024년 12월 실질 임금은 두 달 연속 플러스 성장을 기록했다. 또한, 일본 총무성이 발표한 2024년 12월 전국 소비자 물가지수(CPI)는 신선식품을 제외하고 전년 동기 대비 3.0% 상승하며 2023년 8월 이후 최고치를 나타냈다. 이러한 데이터들은 일본이 긴축 통화 정책을 지속할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다.

일본이 긴축 통화 정책을 추진하는 반면, 세계 각국의 중앙은행들은 대부분 완화적인 통화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이에 따라 투자자들은 일본 엔화를 상대적으로 안전한 자산으로 평가하며 선호하고 있다.

미국의 관세 인상 조치는 많은 국가들의 통화 가치 하락을 초래했다. 예를 들어, 캐나다 달러는 미국의 관세 부과로 인해 상당한 평가절하를 겪었다. 미쓰비시UFJ모건스탠리증권의 우에노 다이사쿠 수석 외환전략가는 "일부 국가들은 관세 부과 대상이 아니더라도 무역관계로 인해 자국 통화가 약세를 보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일본은 상대적으로 낮은 관세 부담을 지닌 국가로 평가된다. 트럼프 정부 1기 시절 일본의 철강과 알루미늄에는 각각 25%와 10%의 관세가 부과되었지만, 이는 다른 국가들에 비해 낮은 수준이었다.

SMBC 신탁은행의 니노미야 게이코 선임 외환시장 애널리스트는 "아직 관세 부과 대상이 아닌 일본 엔화로 자금이 이동하고 있다"며 "투자자들은 일본이 비교적 안정적인 환경을 유지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엔화 강세가 지속될 가능성이 높으며, 일본은행의 금리 정책과 미국의 보호무역 기조에 따라 향후 환율 시장의 변동성이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창우 기자 cwlee@nvp.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