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얼굴 주름에 대하여
대개 사람들은 나이가 들면 들수록 거울을 쳐다보는 일이 점점 줄어든다고 하던데...
어떤 이유로 사람들은 나이가 들수록 거울을 안보는가?
모든 집착 다 버리고 자신이 소중 하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사라져 버려서 일까?
그런데 왜 나는 지금도 거울을 들여다 보는가?
나는 아직 젊다는 착각을 하고 있음이 틀림 없다. 앞으로 7~8년은 더 일하고, 글도 쓰고 사람들을 많이 만나고 싶다. 그냥 이대로 나이 먹었다고 거울을 안보겠다는 생각은 없다.
나는 지금까지 수많은 다양한 인연들의 마주침으로 지금까지 존재해 왔다.
그러니 어쩌면 나만의 것은 존재 하지 않는다. 다만,인연이 있어서 잠시 내게 머물렀던것이 아닐까?
사실, 아름다움, 젊음,나의 가족들, 친구들, 내가 살고있는 아파트나 땅이나 돈 마저도 나의 것이 아닐수 있다. 이러한 모든것들은 나에게 인연이 되고 운명이 되어서 나에게 왔고 인연이 다한것은 나로부터 멀어진것도 부지기수다.
이렇게 나 자신이나 내가 가진것이 "아무것도 아님(Nothing)"을 인식하게 된다.
거울을 들여다 본다. 참,주름도 많다. 이 주름진 얼굴도 무수한 인연의 마주침으로 만들어 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늙은 어부의 주름에는 바다에서 파도와 싸운 인연이 새겨져 있고,평생 농사를 지은 농부의 움푹 패인 주름에는 땅과 싸우면서 생긴 인연이 아로 새겨져 있다. 그래서 모든 사람의 주름은 다른것과 비교할수 없이 고유한 향기를 풍기는 아름다운 꽃과 같은 것이 아닐까?
참으로 신기하고 경이롭기 까지 하다.
인연이 다해서 사라진 젊음에 집착하느라 인연의 새로운 마주침으로 생긴 근사한 주름을 외면 하고 있었던것이 아닐까?
아! 나는 거울을 다시 들여다 본다. 나의 주름을 바라 보면서 내가 마주쳤던 수많은 인연들을 떠올린다. 그들을 떠올리면서 내 주름살이 젊고 탱탱한 얼굴보다 더 아름답고 쑥스러 할 일이 아니라고 잠시, 스스로 나르시시즘(Narcissism)에 빠져 보았다.
주름살 투성이 인 나는 주제 넘게도 지금 청춘을 생각한다.
(전)한국해양과학기술원 부원장/ 행정학 박사
임장근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