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지주사들, 67% 사외이사 임기 만료…현상 유지와 지각변동의 기로(岐路)
전문성과 다양성의 압박성 교수 중심의 사외이사 편중 해소될까?
2024년 3월에 열리는 주요 은행계 금융지주의 사외이사 임기가 대거 만료되면서 금융당국이 요구하는 이사회 지배구조에 변화 가능성이 제기된다.
금융당국에서 발표한 ‘지배구조 모범규준’을 통해 이사회는 다양성・독립성・전문성을 확보해야 한다.
현재 금융지주 이사회는 ‘교수님 이사회’라고 불릴만큼 학계의 편향적인 상황으로, 이번 주주총회에서 이사회 재구성이 가능할지가 주요 의제가 될 전망이다.
국내 8개 금융지주 사외이사는 57명이며, 이중 임기만료인 인사는 38명으로 67%에 해당한다.
사외이사는 연임이 가능하므로 변화가능성이 적을 순 있지만 이사회 지배구조의 변화를 요구받고 있는 만큼 임기 만료에 따른 교체 수요가 나올 가능성이 크다.
KB금융지주는 7명의 사외이사 중 4명이 임기기가 끝나는데다, 이사회의 김경호 의장이 임기가 끝나 연임이 불가능해 최소 1명의 신규 사외이사 선출이 필수적이다.
신한금융지주는 사외이사 9명 전원의 임기가 만료지만 최장 6년으로 제한된 사외이사 임기를 모두 채운 이사가 없어 실제로 교체될 가능성은 미지수(未知數)다. 2022년까지 12명의 사외이사가 있었으나 수를 줄이면서 9명까지 줄어들었다.
하나금융지주는 8명의 사외이사 중 6명이 임기만료를 앞두고 있으며, 그 중 3명이 임기를 모두 채워 신규 사외이사 선임을 해야만 한다.
우리금융지주는 4명의 사외이사 임기가 만료 예정이고, NH농협금융지주 또한 4명의 사외이사가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다.
BNK금융지주와 DGB금융지주 또한 각각 3명의 사외이사가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으며, JB금융지주는 5명의 사외이사 임기가 만료 예정이다.
다만, 이들 금융지주는 최장 임기를 모두 채운 사외이사가 없는 만큼 재선임 가능성도 열려있다.
금융지주 사외이사의 전문성과 다양성을 요구하는 것은 금융사 지배구조를 선진화하라는 요구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이 발표한 ‘지배구조 모범규준’에 따라 금융지주사들은 이번 사외이사 임기 만료와 함께 적절한 인사를 선임하겠다는 입장이다.
특히나 국내 금융지주들은 학계 편중이 심하기 때문에 이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미국은 경쟁사 최고경영자(CEO)가 사외이사로 들어오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금융 분야의 전문가가 이사회에 필요하다는 의견이 대두되기 시작한 것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 국내 은행권 사외이사 직군은 학계 37% 금융계 22%, 관료 12%, 비금융계 11%다.
지배구조 모범규준은 이사의 전문 분야와 직군, 성별 등 은행별 특성에 따라 전문성과 다양성을 확보해야 하는 방안을 마련할 것을 원칙으로 제시했고, 이렇다보니 학계 중심의 사외이사 인선에 변화가 필요해졌다는 분석이다.
금융계는 기존에 학계 편중의 사외이사 인선은 학계 이욍 이사 후보를 확보하고 검증하는 과정이 쉽지 않다는 항변이다.
DGB금융그룹의 경우 지난 2023년 사외이사를 7명으로 늘리면서 4명의 사외이사를 신규로 추천했는데, 그중 교수는 1명이었고 나머지는 금융업과 법조계, 회계사 등이었다.
KB금융그룹도 지난 2023년 신임 사외이사 후보 3명을 추천하면서 2명을 여성 사외이사로 선임해 여성 사외이사 비율 40%로 구성했다.
행동주의펀드들은 이사회에서 사외이사를 기존의 ‘거수기’ 역할이 아닌 ‘최고의사결정기구’로서의 위상을 회복하기 위해선 무엇보다 이사회 멤버들의 ‘전문성’이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JB금융그룹의 2대 주주인 ‘얼라인파트너스’는 최근 고도의 전문성을 갖춘 사외이사 후보를 대거 추천하면서 JB금융의 사외이사가 현원으로 유지될 경우 4인의 사외이사를, 증원될 경우 5인의 사외이사를 선임하는 주총 안건을 제안했다.
그러면서 외국계 투자은행(IB) 등 글로벌 자본시장・투자 전문가와 스타트업 대표 등 정보기술(IT) 전문가, 지배구조 전문가 등을 후보로 제안하면서 학계 출신 인사를 배제했다.
신규 사외이사를 선임하는 과정에서 업무역량표를 고려해 전문가를 선임하면서 현장 경험이 있는 전문가에 대한 수요가 커지다 보니 교수 출신의 비중을 점차 줄이는 방안을 고려되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