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나쁜 일만 뉴스가 되는 세상

2025-01-28     장영환 칼럼니스트
사진=뉴시스 제공.

성선설을 주장한 맹자나 인간 본성은 원래 선한 것이라고 주장하던 공자의 사상이 옳다면 왜 세상은 이토록 시끄럽고 잔인 할까? 

칭기스칸에서 히틀러까지 인류의 역사는 광기 가득한 피로 쓰여 왔다. 

지금은 어떤가? 매스컴을 보면 온통 나쁜 소식뿐이다

전쟁 테러공격 기아질병 불평등 자연재해, 쿠데타 정치 싸움 등 마음을 뿌듯하고 훈훈하게 하는 뉴스는 가물에 콩 나듯 한다. 우리 눈에 그렇게만 보인다. 그야말로 부정적 확증편향이다.

좋은 일은 작고 느린변화로 이루어지니 시간이 걸려 대중들의 관심을 끌기 어렵다.예를 들어 경제 성장도 매년 GDP 성장률이 3%라면 별것 아닌 듯 무시하기 쉽다. 

의학 분야나 사회발전인간관계 등 모든 영역에서 발전 속도는 너무 느려 오래 걸릴 수밖에 없다. 발전에 대한 변화를 알아차리기 힘들다.

좋은 일은 너무 천천히 느리게 이루어져 사람들의 이목을 끌 수 없어 뉴스거리가 되질 못한다.

반대로 나쁜 일은 갑작스레 단번에 일어난다.순식간에 덮쳐서 우리의 관심을 차지해 뉴스거리가 된다. 

진주만 공습  9/11 테러는 금세기 중 가장 큰사건으로 시작에서 종료까지 1시간 정도 밖에 걸리지 않았다.코로나 19로 전 세계는 단시일 내에 펜데믹에 빠졌다. 

한 인간이 태어나고 성장하는 과정은 상상을 뛰어넘을 만큼 길고 복잡하지만 죽음에 이를 때는 눈 깜짝 할 사이에 일어나 허망할 만큼 간단하다. 하지만 충격적인 나쁜 사건은 일시에 일어나니 뉴스가 될 수밖에 없다.

인간의 뇌는 부정적인 정보를 더 빨리 인지하고 제일 먼저 처리하려는 경향이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이렇게 부정적인 정보에 주의가 집중되고 뇌가 활성화 되는 현상을 ‘부정성 편향’이라고 한다. 

원시시대부터 생존을 위해 좋은 일보다 위험한 일에 더 주목을 해야 가족과 공동체를 맹수나 적으로부터 지켜낼 수 있게끔 진화 되었다. 

나쁜 뉴스에 빠르게 반응하는 인간의 심리를 이용해 인터넷이나 TV에서는 광고효과를 얻기 위해 나쁜 정보를 더 많이 다룬다는 것이다.

기분을 좋게 하는 뉴스는 우리가 알든 모르든 늘 그 자리에 있다. 

하버드 대학의 스티븐 제이 굴드는 이 현상에서 ‘거대한 비대칭’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사람들의 눈길을 끄는 한 번의 악랄한 사건은 1만 번의 친절한 행동으로 상쇄될 것이다.” 

우리는 길가에서 집에서 지하철에서 이런 친절한 행동을 목격한다.

아파트 단지에서 꽃밭에 잡초를 뽑고 물을 준다. 길 위에 휴지를 주어 쓰레기통에 버린다.할머니의 무거운 짐을 들어 도와준다.

뉴스거리가 되지 않는다고 해서 이런 평범한 친절이 존재하지 않거나 영웅적이지 않은 것은 없다.  

중국 속담에 ‘나무 한 그루 쓰러지는 소리가 숲이 자라는 소리보다 크다’라는 말이 있다. 

잘 해결된 오만가지 분쟁들은 소리 소문 없이 마무리되지만

끝이 없이 해결 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 한 가지 사건은 세상에 종말이 오는 듯 이목을 끈다. 평범하더라도 아무 일 없이 무탈하게 사는 것이 행복이다. 

이스라엘 인류학자 유발 하라리의 말을 떠 올려 본다. “평화를 누리기 위해서는 거의 모든 사람이 현명한 선택을 해야 한다. 반면 전쟁은 단 한 명의 나쁜 선택만으로도 벌어질 수 있다.”  

좋은 일은 온 국민이 슬기롭게 힘을 합쳐도 이룰지 말지 하지만, 나쁜 일은 리더 한 사람의 어처구니없는 오판으로 쉽사리  저질러질 수 있다는 점이다.

장영환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