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되는 파산, 미국 소매업계의 그림자

2025-01-21     이창우 기자
사진=뉴시스 제공.

미국 소매업체들이 반복적인 파산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 파티용품 판매업체 파티시티와 공예 소매업체 조안백화점이 거론된다. 이들 기업은 각각 두 번째 파산에 직면하며 미국 기업계에서 늘어나는 상습 파산자 집단의 일원이 되었다.

파티시티는 2023년 10월 파산 보호에서 벗어나 10억 달러의 부채를 분리하며 “장기 성장을 촉진하는 기반”을 마련했다고 자신했으나, 불과 14개월 만에 다시 파산했다. 한편 조안백화점은 부채 재조정을 완료한 지 9개월도 채 되지 않아 채권자 추심을 방지하기 위해 또다시 파산 보호 신청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같은 현상은 미국 경제의 압력 징후 중 하나로 지적된다. 경제 전반적으로는 연방준비제도의 지속적인 금리 인상에도 강력한 모멘텀을 유지하고 있지만, 일부 산업은 팬데믹 이후 변화와 금리 상승의 이중 충격으로 고통받고 있다. 특히 소매업, 부동산, 레저 외식 체인 업종이 그 중심에 있다.

"파산 데이터" 웹사이트의 통계에 따르면, 지난 2년 동안 60개 이상의 기업이 두 번째, 심지어 세 번째 파산을 신청했다. 이는 2020년 팬데믹으로 미국 경제가 대규모로 폐쇄된 이후 그 어떤 시기보다 높은 수치다. S&P 글로벌의 데이터는 2024년 미국 기업의 파산 신청 건수가 14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음을 보여준다.

구조조정 전문가들은 이를 구조조정 도구의 한계로 지적한다. 다비 로펌의 구조조정 파트너 애덤 슈피엔은 “소매업처럼 오랜 기간 도전에 직면해 온 업종의 경우, 모든 파산 도구를 사용하더라도 흑자 전환에 실패하는 것은 놀랍지 않다”고 말했다.

특히 파산법 제11장은 소매업체들이 임대 계약을 재협상할 수 있는 권한을 제공하지만, 이는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인플레이션으로 소비자 지출이 줄고 기업이 온라인 전환에 실패하면서 많은 소매업체가 적자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청소년 의류 매장 rue21은 2024년에 세 번째 파산 보호를 신청하며 모든 매장을 폐쇄하고 브랜드를 매각했다. 아웃도어 용품업체 동부 마운틴스포츠 역시 세 번째 파산을 신청했지만 일부 매장을 유지했다.

이외에도 많은 기업이 법정 외 협약을 통해 채무를 줄였으나, 이러한 조치가 지속적인 생존을 보장하지는 못했다. 뱅크 오브 아메리카에 따르면 이러한 기업들이 다시 채무 불이행을 겪을 확률은 약 40%에 달한다.

슈피엔은 이를 “파산을 반복하는 상황”이라고 표현했다. 소매업체들의 반복적인 파산은 단순히 기업의 실패를 넘어 구조적인 문제를 반영한다. 소비자 행동의 변화, 온라인 전환 실패, 인플레이션 등의 요인들이 겹쳐 소매업계는 현재 심각한 위기를 겪고 있다. 이 위기가 향후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 주목된다.

이창우 기자 cwlee@nvp.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