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집리병(執理病)'의 해악과 '필터버블' 현상 심화
보수·진보 진영으로 대변되는 여야가 그간 자신의 지지세력만 바라보고 시민을 분열시키는 역할을 해 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러한 추세에 더해 극단적인 음모론이 사회적 갈등을 더욱 부추키면서 정치적 갈등은 최고조로 치닫고 있는 형국이다.
소왈 가짜뉴스가 사회전반에 순식간에 널리 퍼지면서 이를 굳게 믿고 조직화ㆍ행동화에 나서는 경향이 짙다는 분석이다.
알고리즘의 필터링에 의해 늘 접하던 정보의 벽에 갇히는 현상, 이른바 '필터버블' 현상이 심각해지고 있는 것이다.
그릇된 정보가 극대화시키는 유튜브의 알고리즘이 온라인 커뮤니티보다 더 위험한 상황이다.
통상 외부나 공동체 내부의 적을 설정해 조작되는 음모론이나 선동적 주장은 정치적·사회적 갈등을 더욱 유발시키고 있다.
이와 관련 채근담(菜根談) 전집 190 장에 이런 구절을 서술하고 있다.
"縱欲之病 可醫 而執理之病 難醫.
(종욕지병 가의 이집리지병 난의)
事物之障 可除 而義理之障 難除.
(사물지장 가제 이의리지장 난제)"
"욕정대로 방종하는 병은 고칠 수 있어도 이론에 집착하는 병은 고치기 어려우며, 사물의 장애는 없앨수 있어도 의리의 장애는 없앨 수 없느니라."
즉 이해관계에만 움직이는 사람은 득( 得)이 되는 일은 앞장서서 하지만 損(손)이 되는 일은 하지 않는 까닭에 주위의 정세가 변하여 악행을 하더라도 득이 없다면 하던 짓을 중단합니다.
그러나 편협하고 독선적인 사람, 광신적인 사람은 그렇게 되지 않는다.
그들은 고립되면 고립 될수록 안달을 하며,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행동하므로 큰 해를 끼칩니다.
자기 자신만이 올바르다며 조금도 의심을 가지지 않고 남들이 하는 비판도 모두 거부하는 이른바 '執理病(집리병)'의 집단이 사상·종교·정치 등의 세계에 지금도 뿌리깊은 세력을 형성하고 있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사물을 처리해 나가는 데는 객관적인 조건, 즉 환경에 대하여 여러가지 대응을 하므로써 불리한 조건을 극복할 수 있는 법이다.
그러나 주체적 조건, 특히 그 중심이 되는 인간의 의욕과 성격, 품성 등이 좋지 못하면 주변에서 아무리 강권하더라도 새사람이 되지 못하기 때문에 그것이야말로 없애기 어려운 장애물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이른바 욕망은 고칠 수 있으나 이론은 고치기 힘들다는 것이다.
음모론으로 인해 고착화된 선입견과 자기 신념·이론은 쉽게 꺾지 않기 때문에 그 패해는 고스란히 사회적 갈등으로 이어져 정치의 비정상화를 유발하기 마련이다.
건전한 사회 분위기 조성을 위해서도 경계해야 할 덕목이다.
갈등의 양극화 해소와 정치의 정상화를 위해 비뚫어진 사고와 편협된 독선을 유발시키는 정치적 가짜뉴스는 차단·배체 되어야 한다.
김창환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