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내란죄에 재등장한 '방첩사', 외환죄에 엮인 '정보사'... “리 빌드업” 절실
1950년 6월 25일에 일어나 1953년 7월 27일에 휴전으로 끝난 전쟁이 바로 6.25전쟁이다. 그런데 종전이 아닌 휴전상태이기에 언제든지 다시 분쟁이 발발할 가능성이 상존하고 있다.
그야말로 축구 경기에서 잠시 전반전 마치고 휴식 타임인 셈으로 언제든지 후반전이 이어질수 있다는 점을 우리 모두는 종종 간과하고 있다.
이와 같은 대치 형국에서 대한민국 군내에서 줄곧 주목 받아온 양대 정보기관 격인 '두개의 축'이 존재해 왔다.
다름아닌 축구 경기에서 수비 조직으로 여겨지는 국군방첩사(前 방첩부대 후신), 공격역량으로 국군정보사(前 첩보부대 후신)가 존재 하여 왔다.
조직적으로 수비를 잘 하기 위해서는 소문도 내고 냄새도 풍겨야 쥐나 땅강아지가 들어오는 구멍을 사전 차단하거나 역내로 들어 왔을때 일망타진 할 수 있다.
그러나 공격은 우리가 기습적으로 상대의 헛점과 빈 구멍을 찾아내야 하니 말 없이 조용히 숨죽여가는 공세적인 자세를 견지 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정보사 특수비밀(공작)임무 종사자들은 자칭 '어둠의 전사'(Shadow Warrior)라고 자부한다.
문제는 마치 경제발전 덕택으로 국방력(공격력)이 자연스럽게 증강되는 것처럼 축구도 체력이 좋아지면서 축구 강국이 되다 보면 '닥공(닥치고 공격)' 축구를 구사하게 되고 이로 인해 승리(대북 우위)를 쟁취 할 수 있게 된다.
이러한 관점에서 자신감 있는 경제력과 절대 우위의 국방력 구비로 인해 "이제는 말할수 있다"면서 세간의 주목을 받았던 20여년 전 광화문 가스통 과격 항의 시위 사건이 새삼 다시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당시 이것이 계기가 되어 국가는 특수(비밀)임무 대원(공교롭게도 당시 팀장은 제외)들에게 그들의 명예와 이름 없는 헌신을 기리기 위해 국가유공자 단체로 저정, '대한민국 특수임무유공자회'가 태동되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12.3 계엄사건 관련 정보사 간부(상당수가 장교)로 구성된 선관위 개입사건이 도마위에 오르면서 국민들을 어리둥절하게 만들었다.
내란죄는 임무ㆍ기능을 볼때 국군방첩사령부ㆍ수도방위사령부ㆍ특전사령부가 지휘관의 명령지시에 따라 동원되었다는 것은 그나마 그럴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할 수 있다.
외환죄에 국군정보사가, 더욱이 선관위(서버)문제 관련 특수임무 요원들이 동원 되었다는 점을 비롯 북풍공작에도 개입ㆍ관여 했다는 의혹을 받는 점은 누가봐도 도저희 이해가 되질 않는 중대한 사안이다.
이름없는 비밀 조직, 흔적이 없는 임무 완성, 얼굴 없는 불멸 영웅을 모토로 삼는 비밀 조직이 내치(국내정치)에 동원되었다는 점은 누가봐도 천인공노(天人共怒)할 사건이다.
특히 전ㆍ현직 정보사령관의 일탈에서 비롯되었다는 점에서 더욱 충격을 주고 있다.
조직의 성공과 실패는 조직원의 사명감과 책임감이 만들어 가는 것이다.
하지만 특히 절대복종ㆍ절대충성 조직에서는 수장의 마인드와 지휘 스킬이 결정적으로 조직의 명운과 브랜드 가치에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다.
사마천, <사기>편에 "한 사람에게 좋은 일이 있으면 세상사람 모두가 이익을 얻는다."는 "일인유경(一人有慶), 천하뢰지(天下賴之)."구절이 나온다. 역으로 해석하면 수장에게 좋은 일인지 여부는 조직이나 구성원 모두에게 이득이 되는지 여부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라는 의미로도 해석될 수 있다.
조직의 수장은 개인의 이득이 아니라 조직과 국가의 공익 측면에서 입체적으로 판단해서 선한 영향력을 행사해야 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이번 정보사 선관위 개입사건은 너무 어처구니가 없다. ‘아닌 밤중에 홍두깨’라는 말이 어울린다.
깜깜한 밤에 한참 잘 자고 있는데, 불쑥 방망이보다 큰 홍두깨를 들이대다 보니 얼마나 생뚱맞고 뜬금없는 일인가.
70여년간 쌓아온 비밀 공작조직이 엉망이 되었다. ‘나라(조직) 잘 되는 데는 열 충신으로도 모자라지만 나라(조직) 망치는 것은 혼군(昏君)이나 간신(奸臣) 하나면 충분하다’는 옛말이 괜한 말이 아님을 실감케 하고 있다.
수장으로서 부대 전통계승 보다 자기 일신의 영달을 추구하는 마인드가 엄청난 후과를 가져온 셈이다.
수장으로서 비록 방첩 과 비밀공작 분야 전문가가 아니다 할지라도 최소한 전문가를 우대하고 경청하는 자세도 부족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저 자기 '이너써클'이라는 이유만으로 군내 중요한 정보조직 수장에 관행적으로 임명해오던 '낙하산 사령관'시대를 이제는 끝내아 한다.
이러한 연장선상에서 정보사령관의 일탈에 대해 공작팀장을 역임했던 모임,대북련(가칭)을 비롯한 정보사 OB들은 현재 '와글와글', '부글부글','부들부들'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방첩사에서 잔뼈가 굵은 방첩 수사관들 역시 같은 입장일 것이다.
무사가 칼을 휘둘러야 할 때와 장소가 있다.호기랍시고 칼을 일반 백성에게 휘두르면 그 칼은 무사의 칼이 아니고 '백정의 칼'이라고 봐야한다.이런 측면에서 너무 수치스럽고 창피한 노릇이다.
내란 사건마다 단골로 등장하고 있는 방첩부대(수비 역량), 내부 기강해이와 나사빠진 정신자세가 노출되어오다가 급기야 외환 사건에 본의아니게 휘둘린 첩보부대(공격 역량)에 대한 대수술이 시급하다는 중론이다. 이제야말로 제로베이스에서 과거와의 단절을 통해 단순 체질개선이 아닌 체형과 체질 전환을 위한 시스템을 재편성ㆍ구축(리빌드업)해야 한다.
순수한 방첩 기능 보다 군(지휘관) 통제ㆍ관리ㆍ모니터링에 오히려 치중되어 온 업무 관행도 과거 HID 관행에서 벗어나지 못한 구태의연한 인간(휴민트)정보 역할과 기능도 기관의 효율성 제고 및 대북ㆍ해외(방산)정보 수집 보강 측면에서 다시 들여다봐야 한다.
이제 내란죄에 휘말려 있는 방첩사, 외환죄에 엮여있는 정보사에 대한 단죄차원에서 단순 외과식 수술이 아닌 존폐ㆍ임무 합병ㆍ개편문제를 놓고 여야가 머리를 맞대고 숙의를 해야 할 시점이다.
그 출발점은 국방조직의 효율성 제고와 전반적인 군의 의식수준, 시대적ㆍ국제적 환경 변화, 첨단 기술 강군에 부응하는 지원 조직, 미래지향형 전문 정보조직 육성을 염두에 두고 코페르니쿠스적인 접근이 절실한 상황이다.
이상기 칼럼니스트
재외동포신문사
회장 이상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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