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2기 앞두고 달러 강세 지속...각국 '탈달러' 움직임 가속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두 번째 임기 시작을 앞두고 외환시장에서 달러화 가치가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미국 경제의 견고함과 높은 금리 외에도 관세 인상을 공개적으로 선언한 것이 달러화 매입 추세를 부추기고 있다.
반면, '협박 외교'를 펼치는 트럼프 대통령이 글로벌 분열을 더욱 심화시킬 경우, 외화보유액 중 금 비중이 상승하며 달러 이탈 속도가 빨라질 위험도 존재한다.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로 연방준비제도(Fed)는 2025년 신중한 금리 인하를 시사했다. 8일 미국의 장기 금리는 한때 4.7% 구간까지 치솟으며 8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고금리 매력에 끌려 외환시장에 유입되는 해외 투자 자금이 달러화 가치를 끌어올리고 있다.
골드만삭스 등 주류 의견은 트럼프의 관세 인상이 다양한 연쇄 반응을 통해 달러화 환율을 지지할 것으로 보고 있으며, 2025년에도 달러화가 강세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관세 인상으로 미국 내 물가가 상승하면 연준은 추가 금리 인하를 단행하기 어려워진다.
또한 더 많은 외국 기업이 관세 위험을 피하기 위해 미국 내에 공장을 건설하면 다른 국가 통화를 매도하고 달러를 매수하는 추세가 더욱 강화될 수 있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달러 강세가 언제까지 지속될지 예측하기 어렵다. 미국이 자국 중심주의로 기울어질 경우, 장기적으로 각국 정부와 기업은 달러 의존도를 더욱 낮출 것이다. 현재 미국과 거리를 두고 있는 국가들 사이에서는 구조적인 '탈달러' 움직임이 조용히 진행되고 있다.
통상 달러로 결제되는 일반 석유 거래에서도 변동성이 나타나고 있다. 로이터통신 보도에 따르면, 2024년 5월 정유 사업을 영위하는 인도의 신실산업그룹은 러시아와 루블화로 러시아산 원유를 구매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각국이 보유한 외화보유액을 보면 달러 독점에서 점차 분산되는 추세가 나타난다. 국제통화기금(IMF)의 데이터에 따르면, 2024년 9월 기준 달러는 전 세계 외화보유액의 57.4%를 차지하고 있는데, 1999~2001년에는 이 비율이 70%를 넘었다. 반면, 호주달러, 캐나다달러, 원화 등 '비전통적 준비통화'의 비중은 크게 증가했다.
각국 정부와 중앙은행은 금 보유량도 늘리고 있다. 미국 싱크탱크 대서양위원회의 분석에 따르면, 2018년부터 2024년까지 브라질의 금 보유량은 이전의 3.2배로, 인도는 2.5배로, 러시아는 2배 이상으로 증가했으며, 이는 1.6배인 전 세계 평균 증가율보다 높다.
금의 외화보유액 내 총 비중도 2018년 약 10%에서 2023년 거의 16%로 상승했다. 이 기관의 지정학경제센터 선임 고문 조시 립스키는 "달러 이외의 안전 자산 수요가 증가할 때 금은 몇 안 되는 선택지 중 하나"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탈달러 추세에 대해 경계심을 갖고 있다. 그는 BRICS 국가가 공동 통화를 창출하거나 다른 통화로 달러를 대체하려는 움직임을 보일 경우 해당 국가의 수출품에 100%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경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달러 강세가 미국 제조업의 수출에 불리할 것이라고 우려하면서도 달러를 기축통화로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달러의 광범위한 유통이 미국 가정의 지출과 기업의 저렴한 자금 조달에 도움이 되며, 경제 제재를 가할 수 있는 '특권'이라는 점을 인식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현재 달러 이탈 추세는 미국의 재정 정치적 타락 문제, 예를 들어 반복되는 공공부채 규모 팽창과 부채 한도 문제로 인한 정치적 대립 등의 영향을 받고 있다. 전 세계는 미국이 달러를 글로벌에서 가장 신뢰받는 통화로 유지할 수 있을지에 대해 심각하게 주목하고 있다.
이창우 기자 cwlee@nvp.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