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증권거래플랫폼 ‘위블’ 국내 진출 시도 무산…금융당국과 의견차

PFOF 방식 등 사업모델 두고 금융당국 ‘난색’ 잠재 경쟁자 철수에 국내 증권업계 안도

2024-07-27     최규현 기자
위불 홈페이지 캡처

미국 온라인 증권플랫폼(MTS)인 위불(Webull)의 국내 진출이 무산됐다. 위불은 로빈후드(Robinhood)와 함께 양대 증권거래플랫폼으로 불린다.

위불은 2024년 연초부터 금융당국과 사전협의에 나서며 증권중개업 인가 신청을 계획했다.

하지만 금융당국에서 수익 모델 부분에서 난색을 표하면서 결국 한국 진출을 무산하게 됐고, 한국 증권업계는 안도하고 있다.

지난 7월 25일 ‘위불코리아 준비법인’은 7월 19일 직원에게 보낸 이메일을 통해 한국 사업 철수를 공식화하고 이후 법인 청산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위불이 금융감독원과 인허가 신청 전 사전협의 단계에서 의견 차이를 좁히지 못하면서 최종적으로 사업 포기를 결정하게 됐다.

지난 2017년 미국에서 설립된 위불은 직관적인 사용자 인터페이스(UI)로 주식 투자자들에게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지난 2022년 3월 한국 시장 진출을 위하 ‘위불코리아 준비법인’을 설립한 뒤 2023년 7월 한국투자증권 국제본부장을 지낸 이원재 대표이사를 선임하고 2024년 연초부터 본격적인 인가 신청 작업에 들어갔지만 결국 금융감독원과 합의에 이르지 못해 진출이 무산됐다.

특히, 위불의 ‘수익화 방식’이 국내 규제와 성격이 맞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따.

미국에서 위불은 투자자에게 거래 수수료르 부과하지 않는 대신 시장조성자인 대형 브로커에게 수수료를 수취해 이익을 얻는 ‘투자자 주식 주문정보 판매’(Payment For Order Flow, PFOF) 방식을 활용한다.

고객의 주식 거래 주문을 대형 브로커에게 전달하고 브로커에게 수수료를 취하는 형태로, 이 같은 방식은 ‘개인 투자자’와 ‘소매 브로커’간 이해상충(利害相衝) 문제와 함께 투기적 거래를 유도할 수 있다고 금융감독원은 지적했다.

같은 이유로 국내 증권사들은 PFOF 방식을 활용하지 않기 때문에, 공정성을 위해 금융감독원은 PFOF 방식 외에 다른 방법을 찾을 것을 요구했지만 이를 위불 측이 거부하면서 결국 인가 신청을 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위불의 한국 시장 진출이 무산되면서 증권사들도 안도의 한숨을 쉬고 있다.

국내 주식투자자들이 해외 주식으로 이동하는 ‘서학개미’가 증가하는 추세에 국내에 출시 되지 않은 ‘위불’의 앱에서 제공하는 데이터를 확인하기 위해 이미 설치하고 활용하는 투자자들이 많기 때문이다.

2024년 올해 초 위불의 인가 신청 소식이 전해지자 한 대형증권사 CEO는 회의 자리에서 “경쟁 판도가 크게 바뀔 수 있다.”며 위기감을 표현하기도 했다.

한 증권사 고위 관계자는 “위불은 전세계적 주식 광풍을 이끈 플랫폼 중 하나로 평가할 수 있다"며 "서학개미 파이를 위협할 요인이 사라졌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이라고 평가하며, 근시안적(近視眼的) 모습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