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증시, 2024년 선방…AI 열풍과 통화정책 완화가 주요 요인
2024년 아시아태평양 증시가 연말까지 대체로 상승하며 선전한 가운데, 대만과 홍콩 증시가 가장 큰 폭의 상승세를 기록했다. CNBC에 따르면, 통화정책 완화와 인공지능(AI) 열풍이 과학기술주를 견인하며 아시아 증시 전반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대만증권거래소는 올해 28.85% 상승하며 아시아 증시의 선두를 차지했다. 대만 반도체 대기업 TSMC의 주가는 82.12% 급등했으며, 애플의 주요 공급업체인 폭스콘 역시 77.51% 상승했다. AI 관련 기술주와 데이터센터에 대한 수요 증가가 이러한 강세를 이끌었다는 분석이다. 홍콩 항셍지수도 16.63% 상승하며 2위를 기록했다.
징순인베스트먼트 아시아지역의 샤오광이치 최고투자책임자는 "아시아는 세계 다른 지역보다 빠르게 인플레이션을 낮추며 통화완화의 기반을 다졌다"고 평가했다. 그는 연구보고서에서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의 완화 사이클이 시작됨에 따라 아시아 국가들은 2025년 더 많은 금리인하 여지를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며 느슨한 통화정책이 주식시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한국 증시는 주요 아시아 증시 중 유일하게 연말에 하락했다. 한국 코스피는 23일까지 8.03% 하락하며 아시아에서 최악의 성적을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관세 우려와 정치적 불안, 그리고 한국의 '기업가치 제고 프로그램'이 증시를 끌어올리지 못한 점을 원인으로 지목했다. 특히 한국의 수출주도형 경제가 글로벌 경제 여건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할 것으로 보인다.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 문제 역시 투자자 심리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2025년을 앞둔 전망은 여전히 불확실성으로 가득하다. 노무라증권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집권 가능성이 아시아 경제 성장과 인플레이션 전망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관세 인상과 무역장벽 강화가 예상되며, 이는 아시아의 수출 약세와 상업적 투자 지연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노무라증권은 높은 금리와 강한 달러화가 아시아 경제에 긴축적인 글로벌 금융환경을 조성할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아시아 일부 국가에서는 내수시장 강세가 경제 회복의 완충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말레이시아와 필리핀은 상대적으로 양호한 성장이 예상되지만, 인도와 태국, 한국은 역풍에 직면할 가능성이 크다.
중국은 2024년 정부의 경기부양책을 통해 상하이선전 300지수가 14.64% 상승하며 3년 연속 하락세를 멈췄다. 전문가들은 중국이 부동산 시장 안정, 재정 시스템 복구, 사회복지 지원 강화, 지정학적 긴장 완화 등을 통해 지속 가능한 경제 회복을 목표로 삼고 있다고 평가했다. 특히 소비자와 연결된 기업들이 중국 경기 부양의 주요 수혜자가 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2025년에도 강력한 AI 수요가 경제 성장을 뒷받침할 것으로 보지만, 반도체 업황 둔화와 글로벌 불확실성이 주요 도전 과제로 남아 있다고 경고했다.
이창우 기자 cwlee@nvp.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