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트럼프, “워싱턴판 홍문연(鴻門宴)”에 시진핑을 초대한 진짜 이유는?

트럼프, 대통령 취임식에 시진핑을 초청한 이유는?

2024-12-27     전병서 중국경제금융연구소장
사진=뉴시스 제공.

“홍문연(鴻門宴)”은 중국 진나라(秦) 말기에 항우와 유방이 함양(咸陽) 쟁탈을 둘러싸고 홍문에서 회동한 일을 뜻한다. 기원전 207년 12월에 진나라가 멸망한 후 초한쟁패기 직전에 진나라의 수도 함양 근처의 홍문이라는 곳에서 있었던 사건이다. 《초한지》의 명장면 중 하나로 꼽히는 장면이다.

홍문연은 겉보기엔 화려한 잔치처럼 보이지만 '음모와 살기가 가득한 살벌한 연회'를 뜻하는 말로 쓰인다. 항우가 홍문(鴻門)에서 연회를 열어 유방을 제거하려 했으나 유방이 구사일생으로 살아났다는 고사에서 나온 말이다.

미국의 47대 대통령 당선자 트럼프는 2025년 1월20일 대통령 취임식에 미국 역사에도 없었던, 대통령 취임식에 외국정상을 초대했고 그중 가장 주목받는 이가 바로 중국의 시진핑 주석이다. 중국을 “적(enemy)”라고 칭하고 대대적인 무역규제와 통제로 중국을 좌초시키겠다는 트럼프의 취임식에 중국 정상을 초대한 것이다. 이는 21세기 “워싱턴판 홍문연(鴻門宴)”이다.

이번 트럼프 취임식에 초대받은 다른 나라 정상을 보면 아르헨티나의 “리틀 트럼프”라고 불리는 아르헨티나 하비에르 밀레이 대통령, 이탈리아 극우 총리, 이민 성소수자에 강경대응자인 조르자 멜로니 총리, 가상화폐를 법정통화로 만든 엘살바도르 부켈레 대통령이다. 이들 모두 트럼프의 정책과 같은 색깔을 내는 이들이지만 트럼프가 적(敵)으로 보는 중국의 시진핑 주석은 의외의 초대이고, 변칙복서 트럼프다운 발상이다.

시진핑 초청의 진짜 속내는?

트럼프가 시진핑을 취임식에 초대한 이유는 무엇일까? 적의 속을 직접 떠 보겠다는 속셈이 있겠지만 표면상으로는 첫째, 트럼프는 시진핑의 참석을 통해 취임식 들러리를 세우면서 트럼프 자신이 세계의 황제라는 이미지를 심을 수 있다. 둘째, 무대뽀 공격형 리더라는 이미지에서, 시진핑과 악수하는 장면을 연출하면서 세계 평화를 가져올 수 있는 통합의 리더라는 이미지를 심을 수 있다.

관레에도 없는 트럼프의 시진핑의 취임식 초대의 발상은 기발하지만 시진핑을 초대한 진짜 이유는 따로 있다. 

첫째는 트럼프의 첫번째 공약인 우-러전쟁의 조기 종식에 시진핑의 중재와 조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트럼프 못지 않는 강경파 푸틴을 설득하고 조기에 전쟁을 종식을 설득하려면 러시아의 생필품과 전쟁물자를 공급하고 있는 시진핑의 중재가 트럼프의 직접 설득보다 더 유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러전쟁의 종전을 계기로 미국은 유럽에는 NATO탈퇴를 무기로 GDP의 5%국방비 부담을 요구하고, 러시아산 대신 미국산에너지 수입을 하도록 해 실리를 챙기고 우크라전쟁의 종전시 최소 4,860억 달러이상으로 추산되는 전후복구사업에서 미국은 실리를 챙길 수 있다. 

러시아에 대해서는 우크라의 현재 러시아 영토점령을 인정하고 종전을 하고 우크라의 NATO가입을 연기하는 안을 가지고 러시아의 푸틴을 설득할 수 있지만 야망의 화신 푸틴이 수용할지는 미지수다. 그래서 푸틴이 트럼프의 제안을 수용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들어야 하는데 여기에는 3가지 방법을 쓸 수 있다.

우크라에 모스크바까지 공격할 수 있는 장거리미사일을 허용하고, 유럽과 미국이 동결한 러시아의 자금 2800억달러를 전비로 사용해 러시아를 공격하고, 중국이 미국의 금융망을 우회해 러시아에 공급하는 생필품과 군수물자를 중단시키는 것이다. 중국의 대러시아 지원을 중단시키도록 시진핑을 설득할 수 있다면 트럼프의 우크라 조기종전은 실현가능성이 높아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둘째, 중국에 대한 관세폭탄 투하이전에 그 후유증에 대비한 사전 막후조율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미국의 60% 보복관세에 중국이 순순히 복종하면 다행이지만 다른 국가들의 시선과 14억 인민들의 시선이 두려운 시진핑이 똑같이 60%보복관세로 맞불을 놓으면 트럼프의 체면도 미국의 실리도 크게 하락할 수밖에 없다. 트럼프, 사전에 짜고 치는 고스톱을 치고 싶은 것이다.

전병서/ 중국경제금융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