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제2의 도시 버밍엄, 사실상 파산 ‘10년 전 판결 떄문에?’
‘여성과 남성에게 동일한 상여금 지급’ 23~24회계연도 1,500억 적자 예상
영국에서 두 번째로 큰 도시인 버밍엄이 사실상 파산을 선언했다.
약 10년 전 판결된 ‘여성에게 남성과 동일한 상여금을 지급하라’는 내용으로 재정 적자가 감당할 수 없어졌기 때문이다.
지난 9월 5일 영국 일간지 가디언(Guardian)에 따르면 버밍엄 시의회는 공무원 급여와 사회 복지 등 필수적인 지출을 제외한 모든 서비스 지출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근거가 되는 지방재정법 114조는 지자체 수입이 지출을 부담할 수 없을 때 이를 통지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이는 사실상 파산 선언에 해당한다는 분석이다.
버밍엄 시는 2023-24 회계연도에 8,700만 파운드(원화 약 1,500억 원)의 적자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가장 큰 이유로는 ‘시의회에서 교육보조‧급식 등의 업무에 종사한 여성들에게 남성과 동일한 임금을 지불하라’고 선고한 2012년 대법원 판결이 꼽힌다.
과거 버밍엄 시의회는 쓰레기 수거와 환경 미화와 같이 남성들이 많은 직종에만 상여금을 지급해왔다.
이 판결로 시의회는 수천 명의 여성 노동자에게 그동안의 임금 차액분을 소급 지급해야 했다.
2012년부터 2023년까지 버밍엄 시는 11억 파운드(원화 약 1조 8,400억 원)를 지급했지만, 여전히 6억 5,000만~7억 6,000만 파운드(원화 약 1조 1,000억 원~1조 3,000억 원)에 달하는 채무가 남아 있다.
여기에 새로운 IT 시스템 구축 비용까지 조달해야 했으며, 코로나19(COVID-19)로 인해 물가 상승과 사회복지 수요 확대, 법인세 세수 급감 등의 요인이 더해져 최악의 재정난을 겪게 된 것이다.
버밍엄 시의회는 보수당인 중앙 정부가 10억 파운드(원화 약 1조 7,000억 원)의 예산을 빼앗아 간 탓도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리시 수낵 총리는 “지방선거로 선출된 의회가 자체 예산을 관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