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기후변화에 적응하다: 계절 없는 시대의 새로운 트렌드

2024-12-22     이창우 기자
사진=뉴시스 제공.

기후변화로 인해 전 세계적으로 연중 기온이 상승하면서, 패션 업계가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고 있다. 사계절이 점점 두 계절로 축소되면서 겨울 의류의 수요는 줄어들고, 면직물과 같은 가벼운 의류가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이 현재의 추세다.

유럽기후협약 대사이자 환경법 전문가인 클라라 토메는 "겨울이 더 이상 춥지 않거나 여름이 점점 더 더워지면서 의류 업계가 디자인과 생산 방식을 조정해야 하는 상황이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2024년은 기록상 세계에서 가장 더운 여름으로 기록되며, 이는 단순히 생활 방식의 변화에 그치지 않고 패션의 생산 및 소비 방식까지 변화시키고 있다. 코페르니쿠스 기후 변화 서비스 위성 감시 네트워크에 따르면, 급격히 변화하는 기후는 전통적인 계절 구분을 모호하게 만들고, 극한의 더위와 추위가 공존하는 시기를 가져오고 있다.

기후 변화는 패션 산업 전반에 걸쳐 미학과 실용성에도 큰 변화를 가져왔다. 클라라 토메는 "급격한 기후 변화에 따라 가볍고 다기능적인 의류가 더 인기를 끌고 있으며, 추운 날씨를 위한 의류는 일부 지역에서 수요가 감소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변화는 '더 실용적이고 계절에 구애받지 않는 패션'을 주도하며, 기존의 계절 중심적인 패션 컬렉션의 틀을 벗어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원자재 시장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토메는 "면화와 같은 원자재는 가뭄과 극한 기온에 매우 취약하다"며, 이는 생산 비용 상승과 공급 문제를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고 경고했다. 이러한 변화는 기업들에게 소재 선택부터 생산 시스템 재구축까지 새로운 도전에 직면하게 만들고 있다. 현재 대부분의 의류가 화석 연료 기반으로 생산되고 있으며, 전체 의류 중 단 1%만이 재활용되고 있다는 점은 특히 심각한 문제로 지적된다.

소비자의 역할도 중요하다. 토메는 "우리는 어떤 옷이 정말 필요한지, 그 옷이 어디서 왔는지, 그리고 어디로 갈 것인지에 대해 스스로 질문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중고 의류 구매, 중복 착용 습관화, 가족과 친구로부터 헌 옷을 물려받는 등의 실천을 권장했다.

기후변화는 단순히 날씨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의 소비 습관과 패션 산업의 구조적 변화를 요구하며, 궁극적으로는 지속 가능하고 환경친화적인 미래를 위한 공동의 노력을 촉구하고 있다.

이창우 기자 cwlee@nvp.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