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남미 4개국, 역사적 관세 철폐 합의…7억 인구의 거대 시장 탄생
농업 및 환경 단체, 강한 반대 의사 표명 기후 및 삼림 벌채 약속 논란
유럽연합(EU)과 남미 4개국이 상품의 90% 이상에 대한 관세를 철폐하며 약 7억 명에 달하는 거대 시장을 조성하기로 합의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6일, 25년간의 협상 끝에 이루어진 이번 합의가 우루과이에서 열린 정상회담에서 발표됐다고 보도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이번 상생 협정은 양측 소비자와 기업 모두에게 큰 혜택을 줄 것”이라며, 공정성과 상호 이익에 주목했다고 강조했다.
이번 합의를 통해 EU는 2023년 기준 560억 유로 상당의 상품과 280억 유로 규모의 서비스를 남미 4개국에 수출하게 된다. 브라질의 룰라 대통령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20여 년간 이어온 협상이 드디어 마무리됐다”며 기쁨을 표했다.
하지만 이번 협정은 농업 및 환경 보호 단체들의 반발에 직면했다. 이들은 아르헨티나, 브라질, 파라과이, 우루과이 등 남미국가공동시장(메르코수르) 국가들의 농업 관행이 환경 파괴와 동물 복지 기준 미준수로 이어질 것이라며 협정을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프랑스는 수입 농산물이 EU의 엄격한 위생 기준과 환경 규정을 충족하지 못할 우려가 있다며 불공정 경쟁을 주장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프랑스 농민들의 입장을 지지하며 협정에 대한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폴란드의 투스크 총리 역시 “우리 농업 시장 보호가 최우선”이라며 협정 저지 의사를 밝혔고, 이탈리아는 농민 보상을 요구하면서도 공식적으로 반대하지는 않았다. 이러한 내부 갈등으로 협정이 발효되기까지는 상당한 정치적 장애물이 예상된다.
이번 합의는 모든 EU 회원국 언어로의 번역과 법적 검증이 필요하며, 이 과정만으로도 수개월이 소요될 전망이다. 이후 EU 회원국과 의회의 승인을 받아야 하며, 인구의 35% 이상을 차지하는 4개 이상의 국가가 반대할 경우 협정 발효가 불가능하다. 특히 유럽의회는 농민 친화적 성향을 보여 협정 통과를 낙관하기 어렵다.
브라질은 자동차 산업 보호 조치를 포함해 일부 분야에서 양보를 얻어냈다. 하이브리드차와 전기차에 대한 관세는 18년 안에 점진적으로 철폐될 예정이다. 그러나 브라질 농민들은 EU의 새로운 삼림 파괴 관련 법안이 시장 접근을 제한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EU는 협정에 기후 및 삼림 벌채 방지 관련 구속력 있는 조항을 포함시키길 원하고 있지만, 남미 국가들은 이를 "가면을 쓴 보호주의"라고 비판하며 반발하고 있다. 특히 브라질은 이러한 조항이 무역 장벽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아르헨티나의 자유주의 성향의 하비에르 밀레이 대통령은 정상회의에서 남미 국가들이 독자적인 무역 협정을 추진할 수 있는 자주권을 강조하며, “이번 합의가 현실화되기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다”고 말했다.
이번 EU-남미 무역 협정은 양측의 이익 증진을 목표로 하지만, 농업과 환경 보호를 둘러싼 이견과 정치적 갈등으로 인해 최종 발효까지 상당한 난관이 예상된다.
차승민 기자 smcha@nvp.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