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벼슬자리와 항룡유회

2024-12-03     김창환 칼럼니스트
사진=뉴시스 제공.

채근담에 벼슬자리에 대해 이런 구절이 나온다.

爵位不宜太盛 太盛則危 (작위불의태성 태성즉위)
能事不宜盡畢 盡畢則衰 (능사불의진필 진필즉쇠)
行誼不宜過高 過高則謗興而毁來 (행의불의과고 과고칙방흥이훼래)

"벼슬자리는 마땅히 너무 높지 말아야 할 것이니 너무 높으면 위태로우며
능한 일은 마땅히 그 힘을 다 쓰지 말아야 할 것이니 힘을 다 쓰면 쇠퇴해지며
행실은 마땅히 너무 고상하지 말아야 할 것이니 너무 고상하면 비방이 일어나 욕이 된다."

주역(周易)에도 ‘항룡유회(亢龍有悔)’란 말이 있다.

올라갈 대로 올라간 용은 후회만 있을 뿐이라는 뜻의 말이다.

높은 나뭇가지일수록 바람을 많이 타는 법인데. 특히 자신의 능력에도 버겁도록 높은 지위에 오른다면 그것은 자살행위나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 밖에도 능력을 발휘할 때나 인간관계의 행실에 있어 중용(中庸)을 지켜서 해를 당하지 말기를 강조하고 있다. 

"辱行汚名 不宜全推.(욕행오명불의전추)
引些歸己 可以韜光養德.(인사귀기 가이도광양덕)"

욕 먹을 행위이나 이름을 더럽히게 되는 것을 남의 탓이라고 하지 말고, 자신에 해당하는 것을 책임질 줄 알아야 자신을 감추고 덕(德)을 쌓을 수 있는 것이다.

"完名美節 不宜獨任.(완명미절 불의독임) 
分些與人 可以遠害全身.(분사여인 가이원해전신)"

훌륭한 명성과 아름다운 지조를 혼자서 누리려하려 하지 말고, 다른 사람과 함께 나누어야 화(禍)를 멀리하면서 몸을 보전할 수 있는 것이다.

김창환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