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와인 생산량, 기후변화로 1961년 이후 최저치 기록 전망
유럽 생산량 감소, 21세기 최저치 가능성 남반구 생산량, 20년 만에 최저
전 세계 와인 생산량이 올해 또다시 감소해 1961년 이후 최저 수준에 이를 것이라는 국제포도주기구(OIV)의 전망이 나왔다. AFP 통신에 따르면, 국제포도주기구는 29개 주요 와인 생산국의 2023년 생산량이 약 2억2,700만 리터에서 2억3,500만 리터 사이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이는 전 세계 생산량의 85%를 차지하는 국가들의 수치를 반영한 것이다.
만약 생산량이 중앙값인 2억3,100만 리터로 확정된다면, 이는 전년도 대비 2% 감소, 지난 10년 평균치 대비 13% 감소한 수치다.
기구는 보고서에서 "남반구와 북반구의 기후 도전이 올해도 세계 와인 생산량 감소의 주요 원인이 되었다"고 분석하며, 특히 유럽 와인 생산 지역의 기후 변화가 복잡성을 더했다고 설명했다.
올해의 경우, 이른 추위, 강한 강우, 지속적인 가뭄 등 극단적이고 비정상적인 기후 현상이 전 세계 수확량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이로 인해 포도밭의 생산성이 심각하게 저하되었다.
전 세계 와인 생산량의 약 60%를 차지하는 유럽은 올해 11%의 생산량 감소를 겪었다. 헝가리와 포르투갈을 제외한 대부분의 유럽 국가들은 평균 이하의 수확량을 기록했다. 국제포도주기구의 조지 델 그로소 통계담당자는 현재 추세대로라면 유럽의 와인 생산량이 21세기 최저 수준에 도달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특히 프랑스의 경우, 올해 생산량은 전년 대비 23% 감소한 3,690만 리터에 그칠 것으로 예상되며, 이는 유럽 최대 하락폭이다. 프랑스 포도밭은 악천후와 질병의 이중고를 겪으며 생산량 감소가 두드러졌다.
반면, 이탈리아는 지난해 대비 소폭 증가한 4,100만 리터로 프랑스를 제치고 세계 최대 와인 생산국의 자리를 되찾을 전망이다. 스페인은 여전히 유럽에서 세 번째로 큰 생산국으로 남아 있다.
세계 와인 생산량의 약 20%를 차지하는 남반구도 20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존 바커 국제포도주기구 사무총장은 “기후변화로 인해 변동성이 커지고 있다”며 “북반구 국가들이 문제를 겪을 경우 남반구 국가들도 부족분을 메우기 어려워질 것”이라고 우려를 나타냈다. 그는 와인 산업이 기후변화의 증가하는 영향을 극복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후변화의 악영향 속에서도 미국, 헝가리, 조지아, 몰도바 등 일부 동유럽 국가들은 유리한 기후 조건 덕분에 평균 또는 그 이상의 수확량을 기록했다. 그러나 이러한 예외적인 사례는 전체적인 감소세를 뒤집기엔 역부족이었다.
한편, 국제 와인 및 증류주 정보 회사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와인 소비량은 전년 동기 대비 3.9% 감소했다.
이는 소비자 습관의 변화와 맞물려 발생한 현상으로 분석된다. 2019년 이후 와인 소비는 20% 이상 줄어들었으며, 프랑스의 샴페인 소비량은 8.6% 감소했다. 다만, 이탈리아에서의 스파클링 와인 소비는 유일하게 증가세를 보였다.
기후변화와 소비 변화라는 이중의 도전에 직면한 와인 산업이 앞으로 어떤 전략을 통해 이를 극복할지 주목된다.
이창우 기자 cwlee@nvp.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