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기업, 현금화 능력 제자리걸음… 경쟁력 약화 우려

현금흐름 관리 부족, 일본 기업 경쟁력 약화의 뇌관

2024-11-26     이창우 기자
사진=뉴시스 제공.

일본 주요 기업들의 현금화 능력이 정체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23일 보도에서 일본 400개 주요 상장기업의 매출현금 비율을 정리한 결과, 지난 10년간 거의 변화가 없었다고 전했다.

매출과 이익 중심의 경영에서 탈피하지 못하는 가운데 재고 증가가 부담으로 작용하며, 미국과 유럽 기업과의 격차가 점점 벌어지는 모습이다. 이는 일본 기업들이 성장 투자에서 뒤처질 가능성을 높이는 요인이 되고 있다.

2023회계연도 일본 기업의 매출현금 비율은 전년보다 2.6%포인트 상승한 10.4%를 기록하며 지난 10년 평균치인 9.6%에 근접했지만, 여전히 미국(16.1%)과 유럽(14.6%)에 비해 낮은 수준이다. 제조업으로 범위를 한정하면 일본은 10.2%로, 미국(17%)과 유럽(13.8%)과의 격차가 더욱 두드러졌다.

이 같은 차이는 매출액 순이익률에서도 드러난다. 일본 기업의 2023회계연도 매출액 순이익률은 6%에 그쳐 미국(9.8%)과 유럽(6.6%)을 밑돌았다. 이는 저수익 사업의 구조조정 지연, 기술 혁신 부족, 과도한 기업 경쟁 등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기업 경영 방식의 차이도 영향을 미쳤다. 일본 기업들은 손익보고서 중심의 경영에 초점을 맞추며 대차대조표나 현금흐름 관리에 소홀했다. 2010년 이후 기업지배구조 개혁을 통해 변화의 조짐은 나타나고 있으나, 아직 일부 기업만이 현금흐름 개선을 논의하는 상황이다.

특히 현금회전주기(CCC)에서도 일본 기업의 약점이 드러난다. 2023회계연도 일본 기업의 CCC는 82.1일로 전년 대비 7.6일 증가해 10년 만에 가장 길었다. 이는 글로벌 공급망 혼란과 경기 둔화로 인한 재고 증가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같은 기간 미국 기업의 CCC는 30.2일, 유럽은 71.6일에 그쳤다. 제조업만 놓고 보면 일본은 96.8일로, 유럽(105.5일)보다는 짧았지만 미국(70.3일)보다는 길었다.

일부 기업은 현금화 능력 개선에 나섰다. 히타치제작소는 장기 계약 전환과 선급금 확대를 통해 CCC를 단축시켰다. 대복기공은 재고 최적화와 가지급금 증대를 통해 CCC를 현재 100일에서 75일로 줄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치린홀딩스는 정보기술 시스템을 활용해 수요를 예측하고 재고를 줄여 CCC를 개선했다.

그러나 글로벌 공급망 혼란과 고금리 환경은 이러한 개선 노력에 새로운 도전을 제기한다. 특히 CCC 개선을 위해 지급 주기를 늘릴 경우 공급업체의 파산 위험이 커질 수 있다. 따라서 기업들은 현금 창출 능력과 비즈니스 지속 가능성 사이의 균형을 맞추는 전략이 필요하다.

일부 기업은 공급망 강화를 우선으로 선택하고 있다. 도쿄전자는 사업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 부품을 미리 주문하고, 트루스코 중산은 신속한 납품을 위해 재고를 적극적으로 늘리는 전략을 사용하고 있다.

히토쓰바시대 노마 미키하루 교수는 “현금흐름과 CCC에 대한 이해를 기업가치 제고를 위한 경영전략과 통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현금흐름 관리는 성장 투자와 인수합병 등 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핵심 자금원으로, 일본 기업들의 장기적 경쟁력을 좌우하는 요소로 평가된다.

이창우 기자 cwlee@nvp.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