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친중(親中)”머스크는 왜 “반중(反中)”트럼프의 치어리더가 되었을까?

2024-11-20     전병서 칼럼니스트
사진=뉴시스 제공.

마국 기업인 중 대표적인 “친중(親中)”기업인인 일론 머스크가 왜 “반중(反中)”의 대표적인 정치인 트럼프의 열성지지자로 나선 배경은 무엇일까? 이유는 크게 보면 “상인의 장사 속”과 “아버지로서의 번뇌” 때문이다.

첫째 민주당 보조금에 대한 불만이다. 테슬라는 노동 조합이 없기 때문에 노동좌파의 성향을 띠는 바이든이 주는 전기차 추가 보조금을 받을 수 없다. 전기차 보조금은 노조가 있으면 기본 7500달러에 추가 4500달러를 보조 받는데 머스크의 테슬라는 추가 보조금을 받을 수 없었다.

둘째, 바이든의 무시다. 머스크는 테슬라가 전기 자동차의 선두 주자라고 믿지만, 민주당 바이든은 제너럴 모터스가 노조원 덕분에 선두 주자라고 주장한다. 머스크가 열 받을 만하다

셋째, 성전환에 대한 분노다. 머스크의 장남은 머스크가 모르는 사이에 남성에서 여성으로 성전환을 했는데, 그는 이 결정에 대해 깊이 분개하고 있다. 트럼프는 성전환한 남성이 여성의 경기에 참가해 우승하는 것을 금지하는 법안을 공약으로 내 걸었는데 이는 아들의 트레스젠더 전환에 대한 머스크의 분풀이의 딱 좋은 대상이 된 것이다.

그러나 이는 표면적인 이유이고 진짜 트럼프 진영에서 장사꾼 머스크가 빼먹으려고 노리는 것이있다. 정치꾼들은 공짜 점심 좋아하지만 장사꾼에게는 공짜 점심은 없다. 반드시 돈에는 꼬리표를 붙이고 공짜가 아니라 뒤로 두배를 받아내는 것이 장사꾼의 셈법이다.

머스크가 전기차사업에서 트럼프정부에 바라는 속내는

첫째, 규제 완화 기대다. 트럼프 당선으로 자율주행 관련 법규가 간소화될 가능성이 높다. 머스크는 전국 단위의 자율주행 승인이 중요하다고 강조하며, 정부효율위원회 설립을 통해 이를 실현할려고 한다. 우주탐사관련 규제도 완화를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

둘째, 승인 절차 간소화다. 현재 주 단위로 이뤄지는 자율주행 면허 권한을 연방정부로 단일화할 경우, 테슬라 로보택시에 대한 승인 절차가 대폭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테슬라의 자율주행 사업 확장에 큰 도움이 된다

셋째, 안전 조사 완화다. 바이든 정부가 테슬라의 오토파일럿에 대해 강도 높은 안전 조사를 진행하고 있는 상황에서, 트럼프 정부에서는 이러한 조사가 완화될 가능성이 있다. 이는 테슬라의 자율주행 기술 개발 및 상용화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머스크는 내년 미국 캘리포니아와 텍사스주에서 완전자율주행(FSD) 로보택시 사업을 시작할 계획인데, 트럼프의 지원으로 이 계획이 더욱 탄력을 받을 수 있다. 자율주행 기술은 미래 자동차 산업의 핵심인데 이러한 트럼프정부의 정책지원을 받는다면 미국 기업인 테슬라가 선두를 유지하는 데 결정적으로 도움이 된다.

머스크는 트럼프의 “악역 대행자(쿠리:酷吏)”, 혹은 “차기 대통 후계자”?

중국의 역사를 보면 항상 왕조의 초기 강력한 왕이 등장하는 시기에는 저승사자가 같이 등장한다. 소위 “쿠리(酷吏)제도”다. 신정부가 들어서면 통치자의 권력강화를 위해 반대파를 숙청하고 부정부패를 가혹할 정도로 강력하게 단속하는 저승사자격인 가혹한 관리, 소위 “쿠리(酷吏)”​를 등장시킨다.

그리고 반대파 사냥이 끝나고 권력장악이 완성되고 가혹한 탄압에 원성이 자자하면 이젠 사냥개를 사냥한다. 사냥개는 토끼를 잡기 위한 것이다. 이때 쿠리(酷吏)를 은퇴시키고 희생양을 만들면 통치자는 면피를 하는 것이다. 이때 쿠리(酷吏)의 조건은 충성심이 강하고, 이권에 연연하지 않을 정도로 가족이나 딸린 식구가 많지 않아야 한다. 

중국 시진핑은 집권 후 반대파와 부패세력 척결에 동향인 왕치산을 등용해 쿠리(酷吏)의 역할을 맡겼고 모든 것이 정리되자 국가부주석으로 앉혀 퇴로를 우아하게 열어주었다

미국의 트럼프정부는 출범 초기인데 “묘한 이름”의 정부부서를 하나 만들었다. ​정부효율부(Department of Government Efficiency),”DOGE” 라고 이름 짓고 초대 장관으로 머스크를 지명했다. ”DOGE”는 머스크가 만든 가상화폐(도치코인) 이름이기도 하다

​정부효율성(DOGE)부서 양대 수장

머스크는 자신이 운영하는 소셜미디어 엑스(옛 트위터)에 DOGE 계정을 만들고 구인 공고를 냈다. 머스크는 “우리는 더 이상 파트타임 아이디어 창출자는 필요하지 않다”며 “우리는 비용 절감을 위해 주당 80시간 이상 기꺼이 일할 수 있는 초고지능(super high-IQ)의 작은 정부 혁명가들이 필요하다”고 올렸다. 이 계정으로 이력서를 직접 보내주면 공동수장으로 임명된 비벡 라마스와이와 상위 1%의 지원자를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머스크는 연방부처의 폐쇄를 통해 정부 인력을 75%(175만영) 감축해 예산을 2조달러 삭감하고, 규제완화를 실시하고, 법률문구도 단순화하는 등의 개혁을 하겠다고 선언했다. 트럼프 1기정부때 소위 “Deep State”라고 하는 정부 저항세력​에 밀려 힘을 쓰지 못했던 트럼프는 2기에는 정부와 연고가 전혀 없어 빚이 없는 기업인을 수장으로 앉혀 집권초기부터 정부반대세력을 싹 정리하고 강력한 행정추진력을 발휘하고자 하는 의도다.

정부 인력 75%를 정말 감축한다면 미국 행정부는 피바다가 될 판이고 원성이 하늘을 찌를 판인데 여기서 트럼프는 손에 피를 안 묻히는 대신 머스크가 악역을 해서 싹 정리하는 영리한 방법을 쓴 것이다. 머스크는 이를 이용해 욕을 먹든 말든 자신이 하려는 우주사업과 자율주행사업에서 규제 완화와 조사면제를 통해 이득을 챙기려는 욕심이 맞아 떨어진 것이다.

이번에 공화당은 대통령 상하원을 모두 장악하는 “트리플 크라운(triple crown)”을 달성했지만 “승자의 저주”​가 트럼프를 2년짜리 대통령으로 만들 가능성이 있다. 미국은 헌법에 4년임기에 1번 연임 가능하고 트럼프는 이미 한번 대통령을 했기 때문에 이번 4년이 마지막이다

문제는 미국은 대선에선 상하 양원을 집권당에 몰아주지만 2년마다 실시하는 중간선거에서는 반드시 상하 양원 중 하나는 야당에 주어 균형을 잡는다. 2년뒤 중간선거에서 상하원 중 하나만 민주당이 장악하면 트럼프는 바로 “레임덕” 혹은 “데드덕” 신세로 전락한다.

미국의 역대 중간선거 결과-여당 필패

공명심 강하고 자랑질 좋아하는 트럼프의 이번 대통령 임기중의 목표는 무엇일까? 4년이라는 짧은 시간, 여차하면 2년정도에 끝날 권력기간 중에 사실 할 수 있는 것이 그리 많지 않다.

역사에 남을 트럼프의 이미지는 전세계를 무역전쟁으로 몰아넣은 “관세폭탄제조기”, “중국을 때려잡은 슈퍼맨 대통령”, “우-러, 이-팔전쟁을 중지시킨 노벨평화상 수상자”중에 하나를 선택해야 할 것이다. 트럼프가 집권하면 바로 우-러전쟁 휴전을 떠드는 것도 노벨상을 염두에 둔 것 같다.

과감한 개혁도 좋지만 트럼프는 많은 소송사건과 범죄사건에 연루되어 있어 4년뒤가 좀 두렵다. 그러나 연임이 불가하기 때문에 트럼프는 차기 대권주자를 이번에 자기사람으로 세워야 퇴임후가 안전하다. 트럼프는 이번에 내각과 백악관 스탭에 도덕성 시비가 많은 40대 Trump-Kids들을 대거 발탁했는데 이는 젊은이들의 강한 추진력도 이유지만 퇴임후를 대비한 Post-Trump 시대 후계자 양성의 속내도 있다.

트럼프와 죽도 척척 맞고 여기에 딱 맞는 이가 바로 머스크다. 머스크는 트럼프에 이은 대통 후계자 자리를 노리고 선거판에 뛰어 들었을까? 아님 장사속으로 뛰어들었을까? 답은 미국의 대통령 출마 자격 요건에 있다. 

미국의 대통령 출마 자격은 35세이상으로 미국 출생이어야 하고 14년이상 미국에서 거주해야 한다. ​머스크는 남아공 출생으로 출마자격이 애초부터 안된다. 따라서 머스크가 트럼프에 이은 차기 대통을 노리고 선거판에 뛰어 들었다는 것은 성립하지 않는다.

머스크, 트럼프 2기정부의 가장 유력한 “대중국 메신저”?

그간 중국과의 관계, 중국에 대한 발언, 그리고 중국 최고지도부와 교분 등을 감안하면 친중파 머스크는 이번 선거판에 “중국이 심은 스파이(?)”가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 만도 하다. 그러나 돈에는 피가 흐르지 않는다. 돈 되면 들어가고 돈 안되면 나가는 것이다. 장사꾼 머스크 철저히 계산하고 실리만 추구한다. 

4년간의 공백으로 트럼프 정부 역시 시진핑 3기정부와 뒷거래를 할 필요가 있지만 그간의 공백으로 트럼프정부에는 반중인사만 넘쳐나지 진짜 중국과 거래하고 협상해본 대중 협상력이 있는 인물이 없다. 1기 정부 때 미국의 무역협상의 파트너였던 중국의 류허 부총리는 은퇴해 버렸고 트럼프 정부와 합을 맞춘 시진핑 1기 정부 각료도 3기 정부들면서 모두 퇴임했다. 

트럼프1기와 바이든 정부에 진짜 대중 메신저 역할을 했던 키신저박사​는 100세를 일기로 2023년 11월 사망해 미중의 최고 지도부의 의사를 제대로 전달할 수 있는 메신저로서 진정한 중국통이 지금 미국정계에는 없다.

그래서 트럼프의 대중전략 실행에 있어 머스크는 가장 중요한 자산이다. 마치 “닉슨시대 키신저” 같은 역할​을 기대할 수 있다. 가장 친중 기업인이고 중국이 가장 우호적으로 보고 있는 인물이기 때문이다. 또한 지금 중국의 2인자 리창 총리는 머스크가 상해 기가팩토리를 지을 때 당시 당서기로 이를 유치하고 지원한 인물이다.

미중 관계가 악화되면 될수록 양국간의 소통을 위한 메신저는 더 필요하고 거기에 미중 양쪽에서 신뢰를 가진 최고의 적임자는 바로 머스크다. 머스크는 표면상으로는 미국정부의 정부효율성부서 (DOGE)장관이지만 실제로는 국무장관의 역할도 할 수 있는 인물이다.

“장사꾼의 촉(觸)”에다 앞을 내다보는 “신기(神氣)”마저도 가진 것처럼 보이는 머스크, 미중 양국을 날아다니며 최고 지도자들의 메시지를 전할 비둘기의 역할도 할 것 같다. 이래저래 미국대선에서 머스크 만 “땡” 잡았다.

전병서 필자 주요 이력

▷칭화대 석사·푸단대 박사 ▷대우경제연구소 수석연구위원 ▷반도체IT 애널리스트 ▷경희대 경영대학원 객원교수 ▷중국경제금융연구소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