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광산 재가동 활발…구리 확보 경쟁 치열
청정에너지 전환과 인공지능(AI) 발전을 위한 구리 수요가 급증하면서 많은 기업들이 폐동광산을 재가동하며 구리 확보에 나서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지난달 30일 보도에서 "금융부채로 여겨졌던 폐광산들이 빠르게 구리 공급을 위해 다시 가동되고 있다"고 전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전기차, 재생에너지, 데이터센터 등 구리가 필수적인 산업 분야의 확대로 인해 구리 수요는 앞으로 더욱 증가할 전망이다. 특히 2035년까지 구리 수요는 공급량을 1.7% 초과할 것으로 예상되어, 구리 가격은 올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이러한 수요 급증에 대응해 일부 기업들은 신규 광산 건설 대신 폐광산을 재개해 생산에 나서고 있다.
보통 새로운 구리 광산을 건설하는 데는 최소 10년이 걸리고 약 50억 달러가 소요된다. 그럼에도 지역 사회와 환경 문제로 인해 파나마, 세르비아 등 여러 지역에서 구리 채굴이 반대에 직면해 있어 어려움이 따른다. 이에 따라 기업들은 기존 폐광산의 재개를 선호하는 추세다.
로이터통신이 분석한 바에 따르면, 현재 재가동 중인 최소 4개의 폐광산이 향후 5년간 약 700만 톤의 구리를 생산하고 2031년까지 총 3000만 톤의 구리를 생산할 수 있는 길을 열고 있다.
캐나다 로펌 매카시 테트로의 파트너 다니엘 번스타인은 “옛 광산을 재개하는 것이 투자자들에게 더 매력적이다. 그들은 더 쉽다고 여기며, 실제로도 그렇다”고 말했다.
대표적인 사례로, 캐나다 유콘 지역의 셀커크 원주민 단체는 지난해 폐쇄된 구리 광산을 인수해 올해 재가동에 들어갔다. 이 광산은 폐쇄 전까지 22만6000톤의 구리를 생산한 바 있다. 또한, 캐나다 퀘벡주에서는 2008년 이후 휴면 상태였던 구리 광산이 호주의 한 금속회사에 인수돼 재가동되고 있으며, 스페인에서도 7년간 중단됐던 구리 광산이 다시 가동에 들어갔다.
미국 네바다에 있는 구리 광산을 인수한 캐나다계 사모펀드 킨트라캐피털도 올해 지하 구리 채굴 사업 재개를 준비하고 있다. 해당 광산의 매장량은 약 350만 톤으로, 지하 채굴은 빠르게 재개되고, 노천 채굴은 2025년 이후부터 생산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캐나다 구리회사 책임자인 어니스트 마스터는 “가격 상승의 기회를 맞추기 위해 생산을 가속화해야 한다”면서도 자금 조달의 어려움을 지적했다. 그는 “투자자들은 옛 광산을 재가동하면 곧바로 생산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고 밝혔다.
번스타인은 옛 라이선스가 남아 있음에도 정부가 채굴 기업들에게 처음부터 새 라이선스를 신청하도록 요구하고 있으며, 원주민 지역에 위치한 일부 폐광산들은 환경 및 사회적 문제로 인해 추가적인 어려움이 따를 수 있다고 언급했다.
구리 확보를 위한 기업들의 폐광산 재가동 움직임이 활발해지면서, 향후 청정에너지와 AI 산업의 구리 수요 증가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이창우 기자 cwlee@nvp.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