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주식, 사상 최고 '버핏지수' 기록... 글로벌 수익성과 경제 불균형의 신호?
미국 주식 시장의 시가총액이 계속해서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9월 말 기준으로 미국 국내총생산(GDP) 대비 주식 시가총액을 나타내는 ‘버핏지수’가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며, 이는 주식의 가치가 미국 경제 규모보다 지나치게 높게 평가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버핏지수는 주식 시장이 실물 경제 대비 어느 정도 평가되어 있는지를 나타내는 지표다. 이 지표는 세계적인 투자자 워런 버핏이 주가가 과도하게 상승한지를 판단할 때 주로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버핏지수’로 불리게 되었다.
미국에 본사를 둔 모든 기업 주식을 포함한 ‘윌슨 5000 지수’를 기준으로 산출된 시가총액과 최근 4분기 GDP 평균치를 비교했을 때, 올해 9월 말 버핏지수는 194%로, 지난 2021년 12월 기록했던 189%를 넘어섰다. 이는 1997년 관련 통계가 집계된 이래 가장 높은 수치다.
버핏지수가 200%에 가까운 수준에 이르자 시장 내에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히토쓰바시대학 후지타 쓰토무 석좌교수는 “세계화가 촉진되면서 미국 기업들의 글로벌 수익성이 커지고 있지만, 이는 미국의 국내 경제와는 직접적인 연관이 없는 현상”이라고 분석했다. 애플과 같은 글로벌 기업들은 이미 2008~2009년에 해외 매출이 국내 매출을 초과했으며, 현재 매출의 60% 이상이 해외에서 발생하고 있다. 이러한 글로벌 수익성 덕에 미국 기업들의 주가는 실물 경제에 비해 상대적으로 과대평가될 가능성이 크다.
미쓰비시 UFJ 트러스트뱅크의 고가누마 센리 수석전략가도 “세계화의 영향을 고려할 때 버핏지수를 투자 결정과 직접 연결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조언하며, 미국 주식 평가가 장기적으로 높은 수준을 유지할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했다.
현재 미국 증시는 연방준비제도의 금리 인하 기대감으로 인해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금리 인하가 미국 경제의 연착륙을 도울 것이라는 낙관론이 시장에 확산되면서 주가에 대한 상승 기대도 높아지고 있다. 이에 골드만삭스는 올해 말까지 S&P 500 지수 목표치를 6000까지 상향 조정했다. 이는 2022년 10월 미국의 금리 인상 통로 진입 시점 대비 60% 상승한 수치다.
미국뿐 아니라 일본에서도 주가 상승세가 이어지며, 일본식 버핏지수 역시 160%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도요타 자동차와 같은 대형 제조업체의 해외 매출 증대와 리크루트 같은 서비스업의 글로벌 확장 덕분에 GDP가 정체된 상황 속에서도 기업들의 이익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일본 증시 또한 기업들의 글로벌화가 시가총액을 부추기고 있다.
버핏지수의 사상 최고치 경신이 주가 상승의 긍정적 신호인지, 아니면 과대 평가된 시장에 대한 경고인지는 앞으로의 금리 정책과 경기 흐름에 따라 좌우될 것으로 보인다.
이창우 기자 cwlee@nvp.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