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가을은 풍성함과 쓸쓸함을 동시에 주는 "깨달음의 계절"
가을이 자꾸만 깊어 갑니다.
24절기中 18번째 절기로 서리가 내린다는 "상강(霜降)"이 지나고 입동(入冬)을 향하고 있습니다.
이제는 10월도 며칠 남지 않았습니다.
가을은 우리 인생에 심오한 철학을 깨우치게 합니다.
나무 잎새가 조금씩 색깔이 변해가고 시월의 비바람에 가을이 깊어만가면저 낙엽이 되어 갑니다.
<10월의 詩>는 우리에게 독특한 정취를 주는 계절입니다.
"달빛 쏟아지는 가을밤에 나는 왜 이리 쓸쓸할까요.
바람에 낙엽이 뚝뚝 떨어져 공원 벤치를 덮어 버립니다.
밝은 달빛에 그 옛날 추억이 살그머니 뇌리를 스치는군요.
아! 가을은 슬픔이었나 내 가슴을 파고드는 그리움하나".
안도현 시인은 <가을의 소원>이라는 시에서 이렇게 노래했다.
"적막의 포로가 되는 것
궁금한 게 없이 게을러지는 것
아무 이유 없이 걷는 것"
그러나 초록을 그리워하지 않는다고 했다.
가을은 수확의 계절로 풍성함을 주지만 얻고 잃는 계절이다.
특히 '잃고 얻은 것'이라는 롱펠로우시는 심오한 인생철학을 제시해 주고 있습니다.
"잃은 것과 얻은 것
놓친 것과 이룬 것.
저울 잘해 보니 자랑할 게 별로 없구나.
많은 날 헛되이 보내고 화살처럼 날려 보낸 좋은 뜻
못 마치거나 빗나갔음을.
하지만 누가
이처럼 손익을 따지겠는가.
실패가 알고 보면 승리일지 모르고 달도 기울면 다시 차오느니."
미국의 시인으로 롱펠로우 시는 부드러운 가운데 삶을 관통하는 굳건한 철학이 담겨있어 가슴에 진한 여운을 줍니다.
삶에 있어 성공과 실패. 손해와 이익은 눈에 보이는 것으로 규정할 수 없다는 것은 진리입니다.
참으로 좋은 깨달음입니다.
가을은 외로움과 쓸쓸함과 함께 깨달음을 통해 인생이란 무엇인가를 성찰하게 해 주는 계절입니다.
이상기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