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쌀값 폭락, 인플레이션 완화 기대… 인도 수출 규제 완화 영향
국제 쌀값이 최근 폭락세를 보이며 동남아와 아프리카 지역의 인플레이션 완화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일본 니혼게이자이 신문에 따르면 국제 기준이 되는 태국 쌀의 수출 가격이 지난 한 달 새 약 8% 하락하며 톤당 529달러까지 떨어졌다. 이는 세계 최대 쌀 수출국인 인도가 지난 9월 말 일반 쌀 수출 규제 완화를 발표하면서 공급이 증가한 데 따른 결과로 분석된다.
태국 쌀의 방콕 수출가격은 17일 현재 톤당 529달러로, 이는 올해 초 최고치였던 669달러에서 약 21% 하락한 수치다. 인도는 지난해 7월 장마로 인한 흉년과 자국 내 쌀 가격 상승 억제를 이유로 고급 향미를 제외한 쌀 수출을 금지했었다.
이 조치로 인해 국제 쌀값은 100달러 이상 급등하며 고공행진을 이어갔지만, 최근 인도가 수출을 재개하면서 쌀값이 하락하고 있다.
미국 농무부에 따르면 20222023년 인도의 쌀 수출량은 2,025만 톤으로 전 세계 수출량의 37%에 달한다. 이와 같은 영향력 덕분에 인도의 쌀 수출 재개가 국제 쌀 시세에 미치는 영향은 막대하다. 태국과 베트남 역시 주요 수출국이지만 이들의 세계 수출 비중은 각각 1020%에 불과해 인도만큼의 영향을 주지는 못하는 실정이다.
더불어 올해 글로벌 쌀 생산량이 전년도 대비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점도 쌀값 하락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미국 농무부는 2024~2025년 세계 쌀 생산량이 5억3,044만 톤에 이를 것으로 예상하며 이는 전년 대비 1.7% 증가한 수치다. 인도의 쌀 생산량 역시 경작지 확대로 인해 전년보다 약 3% 늘어난 1억4,200만 톤에 달할 것으로 보이며, 태국의 생산량도 소폭 증가할 것으로 예측된다.
특히 인플레이션이 심각했던 나이지리아, 인도네시아, 필리핀 등 쌀 수입 의존도가 높은 아시아와 아프리카 국가들에서는 이번 쌀값 하락이 긍정적인 효과를 불러올 것으로 기대된다. 필리핀의 경우 쌀이 소비자물가지수(CPI)의 9%를 차지할 만큼 민감한 품목이다. 필리핀 정부는 쌀값 급등을 막기 위해 6월 수입관세를 인하했으며, 이에 따라 9월 CPI 상승률이 1.9%로 목표 범위인 2~4%를 밑돌았다.
국제 쌀값 하락이 각국의 물가 안정에 도움이 될지 귀추가 주목되는 가운데, 필리핀 중앙은행은 이러한 상황을 반영해 이달 기준금리를 두 차례 연속 인하하는 정책을 시행했다.
이창우 기자 cwlee@nvp.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