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중앙은행, 금리 0.25% 인하…경기 침체와 인플레이션 둔화가 배경
유럽중앙은행(ECB)은 지난 17일 기준금리를 3.25%로 0.25%포인트 인하한다고 발표했다. 이는 올해 들어 세 번째이자 두 번째 연속 금리 인하다. ECB의 이번 금리 인하는 인플레이션 둔화와 경제 침체 우려가 주요 배경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ECB는 통화정책회의 직후 발표한 성명에서 "인플레이션이 순조롭게 둔화되고 있으며 최근 경제 지표의 하락세가 가격 흐름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밝혔다. 유럽중앙은행은 인플레이션 둔화를 주목하면서도 경기 침체의 위험에 대처하기 위해 추가적인 금리 인하 가능성을 시사했다.
특히 유로존 경제에 대한 우려가 갑자기 커진 것도 ECB의 연이은 금리 인하 요인으로 작용했다. 유로존 국내총생산(GDP)의 절반을 차지하는 독일과 프랑스가 경기 침체에 직면해 있으며, 두 나라의 9월 구매관리자지수(PMI)가 모두 50선을 밑돌며 기업 경영 악화를 나타냈다.
독일의 경우, 인플레이션이 둔화되더라도 소비자의 절약 성향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설문조사에 따르면, 독일 소비자의 37%가 '가장 필요한 상품만 구매한다'고 응답했으며, 외식이나 여가 활동을 줄이는 등 소비를 자제하고 있는 상황이다. 또한 독일 경제는 2024년에도 2년 연속 마이너스 성장이 예상된다.
프랑스 역시 경기 침체 조짐을 보이고 있다. 올여름 파리 올림픽 특수에 대한 기대감에도 불구하고, 프랑스의 8월 소매판매는 전월 대비 0.2% 감소했다. 개인 소비가 독일과 마찬가지로 침체 양상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한편, 유로존 국가들의 재정 부양 가능성도 제한적이다. 코로나19 이후 재정 지출 축소가 필요하다는 요구가 있지만, 우크라이나 지원과 러시아 위협 대응을 위한 국방 강화로 인해 재정정책 여력이 줄어들고 있다.
또한, 오는 11월 미국 대통령 선거는 ECB에 또 다른 불확실성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가 수입 관세를 인상하겠다는 공약을 내걸면서, 무역 긴장감이 고조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유럽중앙은행이 향후 어떤 결정을 내릴지 주목되는 가운데, 유로존의 경기 침체와 인플레이션 상황이 어떻게 전개될지에 대한 시장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차승민 기자 smcha@nvp.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