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부 아프리카, 최악의 가뭄으로 인도주의적 재난 위기 직면
수백만 명이 굶주림에 시달리며 인도주의적 재난 가능성 증가
남부 아프리카가 역사적인 가뭄으로 인해 심각한 식량 위기에 처해 수백만 명의 사람들이 굶주리고 있다는 유엔의 경고가 나왔다. 이 지역의 가뭄은 수년 내 최악으로, 여러 국가에서 국가 재난을 선포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지난 몇 달 동안 강우 부족과 극심한 가뭄으로 레소토, 말라위, 나미비아, 잠비아, 짐바브웨 등 남부 아프리카 국가들의 농작물과 가축이 크게 파괴됐다. 유엔 세계식량계획(WFP)은 앙골라와 모잠비크도 심각한 영향을 받고 있으며, 내년 봄 수확이 끝날 때까지 상황이 더 악화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WFP 대변인 톰슨 페리는 "이 가뭄은 남부 아프리카 지역에서 기록적인 수준이며, 현재 2,700만 명 이상의 사람들이 이로 인해 심각한 피해를 보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2,100만 명의 어린이들이 영양실조로 고통받고 있어 상황의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10월은 이 지역의 '보릿고개'의 시작을 알리며, 매달 상황이 더 악화될 것으로 예측된다. 농작물 수확이 크게 줄어들고 가축이 죽어가는 상황에서, 어린이들이 하루 한 끼라도 먹는 것이 행운일 정도로 어려운 상황이다.
이 같은 위기는 지난해 말 엘니뇨 기후 현상으로 인해 강우량이 평균 이하로 떨어지면서 더욱 악화되었다. 지난 7월, 유엔 관계자는 남부 아프리카가 1세기 만에 최악의 가뭄에 시달리고 있다고 경고했다. WFP 남부 아프리카 지역 국장 대행 로라 카스트로는 가뭄으로 인해 잠비아의 농작물 70%가 파괴되고, 짐바브웨 농작물의 80%가 영향을 받았다고 밝혔다.
가뭄으로 인한 또 다른 여파는 남부 아프리카의 수력 발전 능력의 감소와 전력 공급 축소이다. 일부 국가에서는 이러한 자원 압박을 완화하기 위해 야생동물을 도살하는 극단적인 조치를 취하고 있다. 짐바브웨와 나미비아는 코끼리를 포함한 야생동물을 도살하여 굶주린 주민들에게 고기를 공급하는 방안을 시행하고 있다.
과학자들은 남부 아프리카가 기후 변화에 가장 취약한 지역 중 하나임을 강조하고 있다. 이 지역은 빗물 농업과 천연자원에 크게 의존하고 있기 때문에, 기후 변화가 직접적으로 생계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러나 가난한 국가들은 기후 변화에 대처할 수 있는 충분한 자원을 확보하지 못해 위기는 더욱 심화되고 있다.
남부 아프리카의 가뭄은 단순한 자연재해가 아닌, 기후 변화와 연결된 복합적인 문제임을 보여준다. 국제사회의 긴급한 지원과 기후 적응을 위한 대책 마련이 시급한 시점이다.
차승민 기자 smcha@nvp.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