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석유 '가격 인하 장수' 도울 수도

생산성을 높이는 데는 인공지능(AI)이 한몫하고 있어 송유관과 같은 장비를 유지 보수하는 데 도움 AI는 지질 조사와 탐사에도 힘을 발휘 과거 데이터를 효율적으로 활용 가능케 해

2024-09-26     김소진 기자
사진=뉴시스 제공.

원유 선물이 고공행진을 지속하기 어려운 것은 세계 경제 성장률이 둔화되면서 석유 수요가 줄어들 것을 시장이 경계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23일 보도했다. 

또 원유 공급자의 생산성 향상이 가격 상승을 어느 정도 억제하고 있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 생산성을 높이는 데는 인공지능(AI)이 한몫하고 있다. AI의 보급은 많은 전력을 소비하는 한편 에너지 생산 비용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세계 1위 산유국인 미국은 올해 하루 석유 생산량이 1325만 배럴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할 전망이다. 미국의 석유 채굴장비 수는 2022년 말 정점을 찍은 뒤 감소 추세를 보여 현재 500세트 아래로 떨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석유 생산량이 증가하는 이유는 생산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셰일오일 주산지인 페름기 분지에 대해 미 에너지정보국은 8일 보고서에서 "생산성 향상은 (유정) 시추와 완공 효율의 현저한 향상과 기술 진보를 반영한다. ”

AI를 활용해 수압파쇄법 정확도를 높일 수 있다. 수압파쇄법은 셰일을 수압으로 분쇄해 석유를 채굴하는 방법을 말한다. 암반을 가로로 파내는 시간도 단축할 수 있다. AI의 도움으로 암반에 갇힌 석유를 효율적으로 추출할 수 있습니다.

나비스 인더스트리는 AI 기술을 융합한 제품을 사용해 "수평 시추율을 36% 높였다"고 밝혔다. 델라웨어 분지에 적용하는 것을 예로 들면, 유정당 시추 비용이 평균 5만~10만 달러 정도 절감된다.

AI를 이용한 예측은 송유관과 같은 장비를 유지 보수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AI는 지질 조사와 탐사에도 힘을 발휘하고 있다. AI와 과거 데이터를 효율적으로 활용함으로써 시추 성공 확률을 높였다. 그동안 여러 차례 굴착을 했지만 허탕치는 바람에 시추 비용이 늘었다.

미국 골드만삭스는 9월 초 보고서를 내고 AI의 힘을 빌려 새로운 셰일 유정을 채굴하는 비용을 30%가량 줄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생산성은 25% 높이고 중장기적으로 생산원가는 배럴당 평균 5달러 낮춘다는 구상이다.

현재 서부 텍사스산 중질유 선물 가격은 배럴당 70달러 안팎으로 AI가 무시할 수 없는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

미국 에너지 기업들은 AI의 역할을 널리 인식하고 있다. 미국 댈러스 연방준비은행의 6월 조사에 따르면 AI를 사용 중이거나 앞으로 1년간 AI를 사용할 석유·가스 업체 10곳 중 6곳 이상이 생산성 향상을 실감하거나 기대한다고 답했고, 10곳 중 5곳 가까이는 원가 절감을 실감하거나 기대한다고 답했다. AI의 용도로는 예측 분석, 자동화, 지질 및 유층 공정이 상위권에 올랐다.

중동 전통 산유국들도 AI에 뜨거운 시선을 보내기 시작했다.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 국영석유공사는 올해 3월 30여 종의 AI 툴을 활용해 2023년 전체 공급망에서 5억 달러 가치를 창출한다고 발표했다. 사우디 국영 석유회사 아람코도 AI 투자에 적극적이다.

중동 에너지 전문가들은 AI의 역할을 이렇게 평가한다. "새로운 탐사에서 가장 번거로운 것은 자본 비용이다. 자본 비용을 줄임으로써 더 많은 석유를 채굴할 수 있다. "바레인 전략·국제·에너지 연구센터의 압둘라 압바스 수반은 인터뷰에서 이같이 답하면서 세계가 더 오랜 기간 석유를 사용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화석연료를 장기간 대량 사용하는 것은 탈탄소에 역행한다는 비판도 있다. 이를 의식해서인지 산유국들은 환경부하를 줄이기 위한 조치를 강조하고 있다. 실제로 AI도 이런 역할을 할 수 있다.

유전지대 화염이 굴뚝 꼭대기에서 타오르는 영상을 보셨을 겁니다. 석유를 태우는 방법으로 석유 생산 과정에 수반되는 천연가스를 제거하는 것으로 '방공 연소'라고 불린다. 아람코는 AI와 빅데이터를 활용해 예측하고 모니터링해 불필요한 연소를 방지하는 효과를 낸다. 그 결과 2010년 이후 공기 중 연소량이 50% 이상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통상 비용에 민감한 미국 셰일업체들은 신기술 도입에 앞장섰고, 이후 세계 석유산업에 보급되면서 생산성이 높아졌다. AI도 석유수출국기구를 비롯한 석유산업 전반을 끌어올리는 새로운 힘이 되고 있다.

생산성이 날로 향상되고 비용이 계속 절감된다면 석유 수입국에게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AI가 가져올 미래에도 '석유연수'라는 부산물이 내포돼 있을 수 있다.

김소진 기자 kwbman@nvp.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