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옛 강자 인텔 인수하려는 퀄컴

최근 가장 규모가 크고 영향력이 큰 인수합병

2024-09-25     차승민 기자
사진=뉴시스 제공.

20일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반도체 업체 퀄컴이 최근 경쟁사인 인텔과 인수 협상을 벌여 최근 가장 규모가 크고 영향력이 큰 인수합병(M&A)이 성사될 전망이다.

시가총액이 약 900억 달러에 달하는 인텔의 인수 의향은 이 반도체 제조사가 50년 역사상 최악의 위기를 맞고 있는 시점에 나타났다.

이들 측근은 협상 타결 여부는 아직 미지수라고 귀띔했다. 인텔이 기꺼이 인수한다 하더라도 이 정도 규모의 인수합병은 반독점 심사로 이어질 것이 거의 확실하지만, 이번 인수합병은 반도체 분야에서 미국의 경쟁 우위를 강화할 수 있는 기회로도 볼 수 있다. 

거래를 성사시키기 위해 퀄컴은 인텔의 자산이나 일부 사업을 다른 구매자에게 매각할 의향이 있을 수 있다.

인텔은 한때 세계에서 시가총액이 가장 높은 반도체 기업이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이 같은 담합을 보도하기 전 인텔 주가는 올 들어 지금까지 약 60% 하락했다. 2020년 회사의 시가총액은 2900억 달러를 넘어섰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보도 이후 인텔 주가는 20일 3%대 상승 마감했다.

퀄컴(시가총액 약 1850억 달러) 주가는 약 3% 하락 마감했다. 이 회사 주가는 올 들어 9월 19일까지 약 17% 올랐다.

퀄컴은 스마트폰용 칩의 주요 공급업체로 휴대전화와 신호탑 간 통신을 처리하는 칩을 생산하고 있다. 이 회사는 애플 아이폰 등 수많은 통신 장치의 가장 중요한 공급업체 중 하나다.

M&A가 성사되면 퀄컴의 사업 범위를 크게 넓힐 수 있다. pc와 서버에 유비쿼터스한 인텔 칩은 퀄컴의 휴대전화용 칩 사업에 대한 보완재로 쓰일 수 있다.

휴대전화와 PC에 AI 기능이 등장하면서 퀄컴과 인텔도 AI 열풍에 따른 반사이익을 노리고 있지만 AI 칩 거물인 엔비디아에 밀려 있다.

반도체 제조가 갈수록 정치화되면서 인텔과 퀄컴은 나란히 미국의 국가 대표 기업으로 변신했다. 인텔의 미국 공장은 최대 85억달러의 정부 보조금을 받을 전망이다.

크리스티아누 아몬 최고경영자(CEO)가 이끄는 퀄컴은 인텔 공장에서 퀄컴 칩을 생산할 가능성을 논의하기 위해 인텔과 접촉했다. 하지만 지난해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퀄컴은 기술적 실수로 이 같은 노력을 중단했다.

인텔은 퀄컴의 이번 인수협상 전까지 팻 겔싱어 최고경영자(CEO) 아래 3년 넘게 부흥을 위해 노력했지만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인텔은 수년간 세계 최고 시가총액 반도체 회사였지만 지금은 퀄컴, 브로드컴, 텍사스인스트루먼트, 하이퍼바이저 등 경쟁사들에 뒤처져 있다.

지난 8월 우울한 분기별 보고서가 발표된 후 인텔은 광범위한 비용 절감 조치의 일환으로 수천 명의 직원을 감축하고 배당금 지급을 중단할 계획이라고 주장했다.

인텔이 올 2분기 16억 달러(지난해 같은 기간 이익은 15억 달러)의 적자를 보고하자 지난달 겔싱어는 2025년 100억 달러 이상의 대폭적인 비용 절감 계획을 세웠다. 그러자 천리우(陳立武) 이사는 8월 말 이사회에서 전격 사임했다. 그의 이탈은 많은 사람들을 놀라게 했고, 회사가 분할되면 그가 일부 사업의 최종 지도자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인텔은 올해 초부터 제조사업별 재무 결과를 분리 보고하고 있는데, 이는 월가에서는 분할의 전조로 여겨지기도 했다.

일부 분석가들은 인텔이 디자인이나 제조에 치중하는 반도체 업계의 트렌드 변화를 반영하기 위해 둘로 쪼개져야 한다고 생각해 왔다. 그러나 번스타인 리서치 분석가인 스테이시 라스곤은 최근 한 연구보고서에서 당장 분할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밝혔다. 

인텔의 제조 부문은 손해를 보고 있고, 게르싱어는 3년 전 외부 반도체 설계업체에 회사 공장을 개방한 이후 아직 외부 고객에게 큰 매력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

인텔의 시가총액을 감안하면 MS의 액티비전 블리자드(690억 달러)를 뛰어넘는 사상 최대 규모의 기술 인수합병(M&A)이 될 것으로 보인다.

차승민 기자 smcha@nvp.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