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구조적 공매도 여전… 엔화의 일방적 평가절상 곤란

엔-달러 환율은 한때 달러당 139엔까지 치솟아 미국의 금리 인하 이후에도 미·일 금리 차가 크게 줄어들지 않을 전망 일본 실질금리가 여전히 마이너스권에 머물고 있어

2024-09-19     차승민 기자
사진=뉴시스 제공.

17일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에 따르면 엔-달러 환율은 한때 달러당 139엔까지 치솟았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금리를 대폭 인하할 것이라는 전망이 시장에 다시 나온 것도 있지만 엔고 민감도 상승은 미국 경제 전망과 미·일 금리차 축소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하지만 일본 가계가 해외 자산을 사들이는 등 '구조적 엔화 투매' 현상이 계속되고 있어 엔고를 일방적으로 밀어붙이기는 어렵다.

연준은 17~18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연다.

연준은 이번 회의에서 금리를 0.5%포인트 인하하기로 한 전망치를 60%대로 제시했다. 

시장은 연준의 대폭적인 금리 인하를 촉구하고 있는 것 같다. 미국 금리가 하락할 것이라는 예상에 따라 엔고는 쉬워졌다.

통상 환율 시세는 금리차와 연동되기 쉽다. 고금리 화폐는 쉽게 매입되고 저금리 화폐는 쉽게 팔리기 때문이다. 미·일 금리차는 한때 엔·달러 환율과의 연동성이 약화됐지만 최근 들어 강해졌다.

연동성이 다시 강화된 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투기꾼들의 엔화 투매가 사라졌다. 

"일본 은행들은 긴축통화에 신중한 입장이어서 미국의 금리 인하 이후에도 미·일 금리 차가 크게 줄어들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에 따라 투기꾼들은 이미 엔화를 대거 팔아치우고 있다.

금리 차만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공전의 엔저' 원인 중 하나였지만, 7월 말 일본 중앙은행 통화정책결정회의 이후 추가 금리 인상에 대한 적극적인 태도가 분명해지면서 엔화 매도 목소리는 사라졌다.

미국 경제 전망에 대한 우려가 높아진 것도 엔고를 부추기는 요인이다.

촉발 요인은 2일 발표된 7월 미국 고용 통계다. 실업률이 시장의 예상을 뛰어넘어 최근 3개월 평균 실업률이 지난 1년 최저치보다 0.5%포인트 높아지면 샘의 법칙에 따르면 경기침체가 시작됐을 가능성이 있다.

시장은 고용환경이 급속히 악화되고 있어 연준의 금리 인하가 너무 늦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연준은 금리 인하 시기가 임박했다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금리 인하 속도에 대해서는 '데이터에 따라 다르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엔고는 어디까지 갈 것인가. 시장의 관심은 엔화 환율이 2023년 7월 달러당 137엔대를 넘어설지 여부다.

미국 도부은행 도쿄지점의 가미다 가즈시게 금융시장부장은 "전반적으로 엔화 강세로 보는 시장인사가 많다."고 지적했다.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 통계에 따르면 투기꾼들이 엔화 매입을 늘리고 있다.

엔화 약세의 원인으로 알려진 '구조적 엔화 매도'가 계속되고 있기 때문에 엔고를 일방적으로 밀어붙이기 어렵다는 시각도 있다.

예를 들어 일본 가계가 새 NISA(소액투자비과세제도)를 통해 해외 자산에 투자하고, 이에 맞춰 엔화를 파는 식이다. 

개인이 해외 주식형 투신을 할 때 엔화를 팔고 달러를 사들이기 때문에 엔화 환율에 하방 압력이 될 수 있다.

일본 후쿠오카파이낸셜그룹의 사사키 류 전략가는 "일본 실질금리가 여전히 마이너스권에 머물고 있다"며 "국제수지를 보면 자금 유출이 계속되고 있어 엔고 여력이 제한적"이라고 지적했다.

차승민 기자 smcha@nvp.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