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금융소득 급증으로 빈부격차 확대
이자상품을 통해 얻는 이자소득과 주식배당소득을 합친 자산소득도 전체의 15%를 차지 금융소득도 개인의 소비여력에 큰 영향을 미쳐 일본은 저금리 정책의 장기화로 이자소득은 크게 줄어 미국 증시가 고점까지 오르면서 가계 자산도 덩달아 불어나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은 2024년 2분기 미국의 주식·채권 등 금융자산이 벌어들인 소득이 연간 기준으로 사상 최대인 3조7000억달러에 달한다고 22일 보도했다.
이는 코로나19 이전 수준을 크게 웃도는 수준으로 미국 소비를 강력하게 떠받치고 있다.
저금리 예금이 많은 일본 가구의 자산소득은 미국 가구의 40분의 1 수준이다. 일본의 주가가 오르는데도 소비가 부진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미 상무부가 추산한 2024년 2분기 개인소득은 계절 조정으로 연간 23조8000억 달러다. 이 중 60% 이상이 임금 등 근로보수가 되지만 이자상품을 통해 얻는 이자소득과 주식배당소득을 합친 자산소득도 전체의 15%를 차지해 개인의 소비여력에 큰 영향을 미친다.
미국의 주식과 채권 등 금융자산 수입이 2020년 4분기 이후 15분기 연속 최고치를 경신했다. 2024년 2분기의 구체적인 수치는 이자 수입이 약 1조8000억 달러, 배당 수입이 거의 1조9000억 달러라는 것이다. 최근 2년간 연준이 정책금리를 제로에서 5% 이상으로 대폭 올리면서 이자수입 증가가 두드러졌다.
예를 들어 단기 국채에 투자하는 머니마켓펀드의 수익률이 단기 금리와 연동되고 금리 인상이 추진되면서 개인 자금이 몰리고 있다.
미국투자신탁협회에 따르면 14일 현재 머니마켓펀드 총 잔액은 6조2000억 달러로 이 중 약 2조5000억 달러가 개인을 대상으로 한다.
미국의 대형 투자펀드인 아폴로 글로벌 매니지먼트의 토르스텐 스로크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연준의 금리 인상은 머니마켓 펀드를 통해 개인 소비를 촉진했다. ”
가계 자산소득 격차는 미·일 간에 벌어지고 있다.
일본 내각부에 따르면 일본의 이자·배당 수입은 2022년 14조5000억 엔(약 1000억 달러)이다. 이는 2000년 이후 22년 만에 최고 수준이지만 1994년 최고치였던 것에 비하면 절반 수준이다.
일본 기업의 주주 이익 환입 확대로 배당소득은 증가 추세지만 저금리 정책의 장기화로 이자소득은 크게 줄었다. 반면 미국 가구의 자산소득은 지난 30년간 약 3.6배로 증가했다.
고노 류타로(河野龍太郞) BNP파리바증권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일본에서는 일본 중앙은행의 금리 인상의 단점을 자주 얘기하지만 가계 이자소득이 늘어나는 측면에도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금리차뿐 아니라 가계가 보유한 금융자산의 구성에 따라 차이가 난다.
연준에 따르면 미국 가계(비영리단체 포함)의 금융자산 잔액은 3월 말 122조 달러로 전 분기보다 4조 달러 늘어나며 2분기 연속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미국 증시가 고점까지 오르면서 가계 자산도 덩달아 불어나고 있다.
증시 상승으로 일본 가계의 보유 자산도 높아졌다. 3월 말 일본 가계의 금융자산 잔액은 전년보다 7% 이상 늘어난 2199조엔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그러나 일본과 미국의 지난 20년간 가계 금융자산 증가율을 비교해보면 미국은 3배 이상 늘어난 반면 일본은 50% 증가에 그쳐 증가폭 차이가 확연하다.
미국 가계의 금융자산 중 약 50%가 주식과 투자신탁이며 현금예금은 15%에 불과하다. 반면 일본은 가계자산 중 예금 비중이 50%를 넘고 주식과 신탁투자는 20% 미만이다. 가계가 보유한 주식 등으로부터 얻는 배당소득도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일본에서는 증시 상승에 따른 가계 여유, 소비력 향상 등 자산효과가 나타나기 어렵다.
미국에서도 모든 가계가 고금리와 증시 상승의 배당금을 누리는 것은 아니다. 자산이 없는 중·저소득층은 카드빚 부담 증가와 높은 주택대출 금리로 고통받고 있어 빈부격차를 심화시키고 있다.
그러나 미국 경제 전체로 보면 자산 보유자들의 소비가 버팀목이 돼 실업 급증의 고통을 피하면서 경제적 안정을 유지하고 있다.
후미오(岸田文雄) 정부는 2022년 '자산소득 배증 계획'을 내놓고 소액투자비과세제도(NISA)를 시행하는 등 새로운 행보를 보이고 있다. 기업지배구조 개선과 수익성 제고, 해외자금 유치로 주가가 크게 올랐다.
그러나 재테크 습관이 뿌리내리고 일반 국민이 풍요로움을 실감할 수 있도록 하려면 아직 갈 길이 멀다.
차승민 기자 smcha@nvp.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