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원전 설비 용량 최고치 경신

중·러는 2011년 이후 국가 주도로 원전 건설에 박차 민간이 원자력 산업을 주도해 온 미국과 유럽이 원전 사업에 국가가 나서

2024-08-25     여불휘 기자
사진=뉴시스 제공.

2024년 전 세계 원전 설비 용량이 6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할 것이라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22일 보도했다. 

인공지능(AI) 보급과 탈탄소화에 따른 전력 수요 급증으로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 않고 전력 출력이 안정적인 원전이 부활의 호기를 맞고 있다. 

지난 10년간 신규 원전의 60%가 중국과 러시아에 위치해 기술 수준이 높아졌다. 유지비가 오르면서 미국과 유럽 등 정부는 원전 개발에 대한 지원을 늘리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일본원자력산업협회의 통계와 현재 원전 가동 현황을 토대로 정리했다. 

올해 6월 현재 전 세계 원전 436기, 설비 용량은 약 4억1600만 kW로 2018년 기록한 4억1445만 kW의 전기 고점을 넘어섰다. 

이달 들어 중국·미국·한국·인도 4기가 가동을 시작해 총 453만㎾의 설비를 갖췄다. 지난 10년간 가동된 원자력발전소는 70기로 설치 용량이 약 6% 증가했다.

중·러는 신규 원전 분야에서 선도적인 역할을 했다. 

중국은 지난 10년간 39기의 원자력발전소를 새로 건설해 설비 용량을 종전보다 약 4배 늘렸다.

2024년 5월 중국의 56번째 원자력발전소가 가동에 들어가 프랑스와 함께 세계에서 두 번째로 많은 수송기를 보유하고 있다. 

가동 가능한 원전 수에서 일본과 함께 세계 4위인 러시아도 원전 신규 건설을 계속하고 있다. 33대 중 9대는 지난 10년간 가동됐다.

국제에너지기구의 계산에 따르면 2050년까지 전 세계 전력 수요는 현재 수준의 두 배가 될 수 있다. 

AI가 보급되면서 데이터센터의 전력 수요가 급증했다. 탈탄소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재생에너지가 널리 사용되고 있으며, 원자력은 안정적인 청정에너지로 재인식되고 있다.

기업들도 속속 원전 투자에 나서고 있다. 프랑스 전력회사는 지난 5월 미국 제너럴일렉트릭(GE) 그린뉴에너지사의 일부 원전 기술 및 서비스 인수를 완료했다.

2023년 유엔 기후변화총회에서 미국과 유럽, 일본을 비롯해 뜻을 같이하는 22개국이 2050년까지 원전 설비 용량을 2020년의 3배 수준인 약 12억㎾로 늘리자고 제안했다.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기 위해 재생에너지와 원자력을 최대한 활용하겠다는 방침을 제시했다.

이를 위해서는 600기가 넘는 원전 건설이 필요한데, 현재 발표된 계획으로 볼 때 전 세계 신규 건설은 약 160기에 불과하다. 그동안 탈원전 운동으로 약화된 공급망이 제대로 복구되지 않고 있다.

원전 한 개에 수천만 개의 부품이 들어가는 원전은 건설 수요가 없으면 막대한 공급망을 유지하기 어렵다. 

중·러는 2011년 이후 국가 주도로 원전 건설에 박차를 가하고 있으며, 차세대 원자로 기술에서도 선두를 달리고 있다. 

미국 싱크탱크인 정보기술혁신재단은 지난 6월 중국이 차세대 원자로 기술에서 10~15년 앞서 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중·러가 원자력 개발과 생산능력에서 지배적 지위를 노리는 가운데 민간이 원자력 산업을 주도해 온 미국과 유럽이 원전 사업에 국가가 나서는 등 뚜렷한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앞서 2011년 도쿄전력 후쿠시마(福島) 제1원전 사고 이후 일본 내 공급망이 크게 약화돼 20개 이상의 기업이 원전 사업을 접었다. 

국가 차원의 기술 연구개발 예산도 연간 100억 엔(1달러 약 145.83엔)으로 미국과 유럽의 10%에도 못 미친다.

후쿠베 도루 전력중앙연구소 부소장은 "일본은 탈탄소화와 안정적 전력 공급에 있어 원전의 광범위한 가치를 인식하고 원전 건설이 필요한지를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