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 경제, 바닥 치고 '반등'

대미 수출이 늘어난 베트남과 태국을 포함해 4개국 경제 활황 인도네시아와 싱가포르는 성장률이 다소 둔화 베트남, 미국 수출의 30%를 차지해 전년 동기 대비 24% 성장 태국의 상반기 대미 수출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1.2% 증가 중국과 일본 수출액은 각각 1.2%, 7.5% 감소 태국의 시장 매력이 약화된 상황에서 정국 불안까지 겹쳐

2024-08-23     차승민 기자
사진=뉴시스 제공.

동남아 주요 6개국의 2분기 국내총생산(GDP) 수치가 20일까지 줄줄이 발표된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21일 보도했다. 

대미 수출이 늘어난 베트남과 태국을 포함해 4개국의 경제성장 속도가 빨라졌다. 인도네시아와 싱가포르는 성장률이 다소 둔화되는 등 경기가 바닥을 찍고 있다.

동남아 주요국 가운데 실질 GDP의 전년 동기 대비 증가율이 가장 큰 곳은 베트남이다. 베트남의 2분기 GDP는 전년 동기 대비 6.93% 성장해 전 분기 대비 1%포인트 상승했다. 수출은 경제성장을 견인했고 베트남은 미국 수출의 30%를 차지해 전년 동기 대비 24% 성장했다.

베트남 북부 박닌성 안펑공단에서는 삼성전자 공장이 눈길을 끌었다. 공장은 넓은 부지에 스마트폰과 유기EL 디스플레이를 주로 생산한다.

인근에서 이발소를 운영하는 투안씨는 이 공장에서 일했고, 옛 직장 동료들이 적지 않아 공장 사정에 밝은 편이다. 투안은 "최근 디스플레이 공장에서 인력을 모집하는 것 같다. 중국 기업의 공장도 많아져 이직하는 사람이 많다. 지난해 경제성장률 둔화가 서민 생활에 직격탄을 날렸는데, 지금은 도심에 활기가 돌고 있다."고 말했다.

베트남의 주요 수출처 중 하나인 미국은 미국 경기 호조로 스마트폰과 전자부품 수출이 확대됐다.

베트남 정부는 경제 회복에 자신감이 넘친다. 정부 고위 당국자는 경제성장률 전망치 상향 조정을 언급하며 2024년 GDP 성장률을 6.0~6.5%로 전망했다.

태국과 말레이시아의 2분기 경제성장률도 마찬가지로 빨라졌고, 양국의 대미 수출도 견조한 모습을 보였다.

태국의 상반기 대미 수출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1.2% 늘었고, 중국과 일본 수출액은 각각 1.2%, 7.5% 감소했다. 말레이시아의 대미 수출액은 12.1% 증가했다.

인도네시아의 2분기 GDP 성장률은 전년 동기 대비 5.05%로 전 분기(5.11%)보다 둔화됐다. 정부가 환율 하락에 대응하기 위해 금리 인상을 단행한 여파로 내구재 판매 증가세가 멈췄다. 반면 GDP의 20%를 차지하는 수출은 8.3% 증가했고 석탄과 니켈 등 자원 수출은 증가했다.

외수가 호조를 보이면서 개인 소비 등 내수에 큰 부담을 줬던 인플레이션이 점차 완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미국의 금리 인하 기대감이 커지면서 달러 강세 흐름이 변곡점을 맞으면서 동남아 각국 통화도 강세를 보이고 있다. 통화 가치 하락으로 인한 수입형 인플레이션이 다소  완화되었다.

필리핀의 2분기 경제성장은 공공투자의 힘이 컸고, 정부는 내수 진작으로 방향을 선회했다. 필리핀 중앙은행이 15일 가계 소비와 기업 설비투자 활성화를 위해 금리를 인하하기로 한 것은 2020년 11월 이후 처음이다.

인플레이션율이 낮아지고 평가절하 추세가 반전되면 다른 동남아 국가들도 필리핀의 뒤를 이어 통화완화 정책을 잇달아 시행할 가능성이 있다.

동남아 경제가 안정적인 성장을 유지하는 핵심 요인은 미국 경제의 동향이다. 미국 경제가 연착륙하지 못하고 개인 소비 등이 크게 줄면 동남아 국가들의 대미 수출이 타격을 받을 수 있다.

일부 동남아 국가는 정정 불안 위험이 있어 성장에 그림자를 드리울 수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태국 헌법재판소는 14일 세타 전 총리에게 위헌 결정을 내렸다. 페툰탄 신임 총리는 전임 세타가 내놓은 가계 보조금 정책을 재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경제정책 불안이 소비심리 회복의 발목을 잡을 수도 있다.

니시하마 도루일본 다이이치(第一)생명경제연구소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태국의 가계 빚은 GDP의 90% 수준으로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최고 수준이고 인구도 정점에 달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태국의 시장 매력이 약화된 상황에서 정국 불안까지 겹치면서 주변국으로의 외국인 이탈 움직임이 강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차승민 기자 smcha@nvp.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