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스페인의 전통음식인 하몽과 폴리페놀 성분
오늘은 스페인의 전통음식인 하몽에 대한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보겠습니다.
*세상의 식도락가들은 스페인의 하몽(Jamon)을 최고의 식품으로 꼽는 것을 주저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하몽은 스페인의 전통음식인데 스페인과 포르투갈의 국경인 산악지역 고산지대에서 도토리를 먹고 자라는 돼지의 뒷다리살로 만든 생햄을 일컫습니다.
하몽(Jamon)은 원래 스페인어로 "햄"을 뜻합니다.
그렇듯 단순한 뜻을 가진 하몽이 근래에 최고급 식품의 대명사가 된 데는 건강을 중시하는 현대인의 마음을 움직인 측면이 크고 맛 또한 최고라는 평판이 잇따랐기 때문으로 추측됩니다.
하몽은 크게 3종류로 구분짓습니다.
이베리코 데 데세보 (Iberico de decebo)와 이베리코 데 레세보(Iberico de recebo), 이베리코 데 베요타(Iberico de bellota)가 그것입니다.
이베리코 데 데세보는 곡물사료를 먹여 키운 돼지로 만든 것이어서 맛이 덜하고 가격도 비교적 저렴합니다.
반면 이베리코 데 베요타는 야생 도토리만 먹여서 방목으로 기른 돼지의 뒷다리살로 만든 햄으로서 가격도 매우 비싸고 맛도 최고라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하몽의 품질이 뛰어나고 가격이 비싼 것은 제조과정에 최소한 18개월에서 길게는 36개월 이상의 시간이 소요되는 데다 모든 과정이 사람의 손으로만 이루어지는 까닭입니다.
한마디로 예술작품에 비견된다고 할 수 있겠지요.
스페인 국민들의 하몽에 대한 애착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입니다.
파티나 행사 등 특별한 일이 있을 때는 물론이거니와 일상적으로 술 한잔 마실 때에도 하몽은 우리가 예전에 그 흔했던 쥐포를 안주삼았던 것 이상으로 즐겼던 음식이었습니다.
어떤 자리에서건 흔히 볼 수 있었던 음식이란 뜻입니다.
하몽은 그 역사가 1000년도 더 되었다는데 옛날 전기가 없고 냉장시설이 갖추어지지 않았을 때 돼지고기를 오랫동안 보관하기 위한 방편으로 개발된 식품이었습니다.
기록에는 콜럼버스가 신대륙을 발견했던 그 항해 때에도 다량의 하몽을 싣고 갔었다고 합니다.
이렇듯 하몽은 스페인 사람들의 주식이자 건강식이었기에 어쩌면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김치 같은 존재라고 비견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하몽의 원료인 "이베리코 데 베요타" 라는 품종의 돼지가 주로 먹었던 도토리는 어떤 성분을 가지고 있기에 그토록이나 맛과 영양이 뛰어난 고기를 생산할 수 있었을까요?
도토리의 주성분은 약 70% 이상이 탄수화물입니다.
그렇지만 폴리페놀의 일종인 탄닌을 다량으로 함유한 식품이기도 합니다.
탄닌(tannin)은 혈중 중성지방의 흡수를 억제시키고 간 조직이 중성지방을 합성하지 못하게 하며 체내 중성지방 함량을 감소시키는 역할을 수행합니다.
또한 탄닌은 담즙산과 결합하여 장관(腸管) 내에서 담즙산의 재흡수를 막고 변을 통해 담즙산의 배출을 촉진시키는 작용을 합니다.
이렇게 함으로써 간 속의 지질 및 체내의 콜레스테롤 농도를 감소시키게 되지요.
한편으로 폴리페놀은 체내에서 항산화작용을 통해 과산화물 생성을 억제시킵니다.
폴리페놀을 꾸준히 섭취하게 되면 혈청과 간 조직 내에 총 지질 농도를 낮추고 간 조직 내에서의 지질과산화물(脂質過酸化物) 생성을 억제시켜 체내지방대사 개선에 도움을 주게 됩니다.
쉽게 말하면 비만을 억제하고 나쁜 콜레스테롤을 줄이며 좋은 콜레스테롤은 증가시키는 작용을 한다고 보면 되겠습니다.
이렇듯 중요한 역할을 하는 폴리페놀을 매일 다량으로 섭취하다보니 하몽을 만드는 돼지 품종인 "이베리코 데 베요타"는 지방질이 적고 생육기간 중에 질병에도 거의 걸리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점은 비록 동물이지만 우리에게 참 많은 것을 시사해 줍니다.
이탈리아의 토스카나 지방은 가죽 원단의 주산지인데 그 지역의 장인(匠人)들은 선사시대부터 떫은 맛을 내는 참나무와 옻나무를 우려서 그 떫은 물에 소나 양 가죽을 담금으로써 가죽에 붙은 기름을 제거하고 좋은 품질의 가죽원단을 생산해 왔습니다.
탄닌(tannin)이 동물의 지방을 분해한다는 사실을 그들은 진작부터 알고 있었다는 뜻입니다.
탄닌(tannin)이라는 단어도 태우다는 뜻의 tan에 안 쪽을 의미하는 in이 붙은 것으로 유추해볼 때 "속(in)을 태우다(tan)" 라는 "떫다"는 단어가 그냥 생겨나지 않았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습니다.
황금손이 미얀마 오지에서 찾아내어 상품화시킨 해죽순에는 탄닌을 포함한 여러 폴리페놀이 마늘보다 225배나 들어있고, 항노화력으로도 불리는 항산화력은 홍삼에 비해 75배나 된다는 연구 결과는 앞으로 해죽순이 얼마나 큰 가능성을 지닌 식품인지를 웅변하고 있습니다.
하찮아 보이는 도토리를 활용하여 큰 부가가치를 올리는 스페인 농부들의 지혜를 지켜보면서 우리도 폴리페놀 덩어리인 해죽순을 국민들에게 더 많이 섭취시킬 수 있도록 노력을 기울여야 하겠다는 다짐을 합니다.
도토리를 먹여서 기른 돼지는 덩치가 일반 돼지의 절반 밖에 안 되지만 하몽으로 가공하면 값은 보통 농가에서 기른 돼지의 30배 이상이고, 그 흔한 항생제 주사 한 대 안 놓아도 전염병은 커녕 구제역에도 안 걸린다는 사실에서 폴리페놀의 가치를 새삼 느끼게 됩니다.
그러면서도 하몽은 상품이 늘 품귀상태라고 하니 그저 부럽기만 합니다.
스페인 농부들이 거둔 하몽의 성공담을 통해 우리가 꼭 배우고 교훈삼아야 할 것은 폴리페놀을 더 많은 사람들이 일상에서 먹고 마시게 함으로써 암이나 고혈압, 당뇨병, 고지혈증 같은 난치병을 사전에 미리 예방하는 지혜를 터득해야 하는 일입니다.
그것이야말로 인류를 파멸의 위험에서 구하고 진정한 평화를 추구하는 길이 될 것으로 확신합니다.
배대열 칼럼니스트 BDYTYY@nvp.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