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코너] 비타민 B1과 각기병

2024-06-07     송명은 의약 전문기자
사진=뉴시스 제공.

오늘은 각기병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스리랑카 원주민들 사이에서 유래된 "Beriberi"는 각기병(脚氣病)을 뜻하는데 그 원래의 의미는 "나는 할 수 없어, 나는 할 수 없어"였다고 합니다.

이 단어는 비타민 B1의 결핍으로 신체의 여러 기능이 저하되어 몸이 매우 약해졌기 때문에 생긴 각기병의 이름인데 의학계에서 공통으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흔히 비타민 B1을 티아민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B1은 체내에서 9~18일이면 반감기를 맞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섭취해야 하는 영양소입니다.

과다하게 섭취하더라도 소변으로 배출되기 때문에 많은 양을 섭취했다고 부담을 가질 필요도 없습니다.

비타민 B1은 탄수화물과 분자상 아미노산(류신, 이소신류, 발린)의 대사에 필요하며 신체의 에너지 생성에 꼭 필요한 영양소이기도 합니다.

체내에서 비타민 B1이 부족할 경우 초기에는 증상이 뚜렷하게 나타나지 않기 때문에 잘 모르고 넘어가기 쉽습니다.

B1은 인체에 에너지를 공급하는 열량대사에 직접적으로 연관되어 있어서 인체 내의 모든 세포가 필요로 하는 에너지를 생성시키기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한 영양소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B1의 결핍은 다른 영양소와는 달리 신체의 모든 기관에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특히 신경계와 피부, 소화기관은 B1의 결핍에 매우 민감합니다.

그 이유는 신경세포는 유난히 에너지를 많이 사용하는 기관이며 피부세포도 빠르게 교체되기 때문에 적지않은 열량이 필요한 까닭입니다.

이런 이유로 B1의 결핍증은 대부분 신경계, 소화기계, 피부증상 등과 관련이 있습니다.

B1의 결핍증상은 식욕부진, 체중감소, 무기력증과 정신적 증세, 과민성, 근육무력증, 심장비대 등의 심혈관계 증세를 수반하고 각기병을 일으킵니다.

습성각기병(wet beriberi)은 말초신경 장애 외에 심장비대, 충혈성 심장병, 부종 등이 나타납니다.

건성각기병(dry beriberi)은 말초신경 장애 외에 극심한 근육의 위축이 나타나게 됩니다.

B1의 결핍증은 주로 과다한 음주습관을 가진 사람들에게서 많이 발생합니다.

구토와 무감각, 불안초조 등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고, 급성신부전을 겪을 수도 있습니다.

비타민 B1의 필요량은 남성의 경우 하루 1mg, 여성은 0.9mg이지만 음주습관을 가진 사람이나 정신적으로 두뇌를 많이 사용하는 분들은 더 많은 양을 필요로 합니다.

비타민 B1의 효용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530여 년 전인 1492년 콜럼버스가 신대륙을 발견했던 그 시기에 장거리 항해에 나섰던 선원들이 지쳤을 때는 보리를 갈아서 만든 죽이나 빵을 먹었다고 합니다.

그것은 장기간 비타민 B1을 섭취하지 못한 선원들이 각기병에 걸리는 것을 예방하는 차원이었는데 보리에 비타민 B1이 많이 함유된 것을 체험적으로 알고 있었기 때문으로 여겨집니다.

현대인의 건강에 필수적인 영양소가 많지만 꼭 챙겨야 할 성분이 비타민 B1입니다.

송명은 의약 전문기자 emmy21@nvp.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