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원국 통화 강세, 비철금속 가격 상승과 투자자 위험 선호도 증가로 촉발
투자자금이 위험자산 상품으로 흘러들어 자원국 화폐를 앞다퉈 사들이고 있어
니혼게이자이신문은 29일 보도에서 벌크 상품의 상승이 자원국 통화 강세를 촉진시키고 있다고 전했다. 투자자들의 위험 선호도가 높아지면서 비철금속 가격이 상승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자원국 화폐가 외환시장에서 강세를 보이고 있다.
호주 달러와 칠레 페소 환율은 최근 4개월 만에 최고치로 치솟았다. 이는 구리와 니켈 등 비철금속의 공급 리스크가 부각되고, 미국의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이 다시 높아지면서 투자자들이 자원국 화폐를 사들이고 있기 때문이다.
호주 달러와 칠레 페소 강세
호주 달러 환율은 16일 약 4개월 만에 가장 높은 0.67달러대로 올라섰다. 호주는 석탄과 철광석 등 천연자원이 풍부한 나라로, 호주 달러는 자원국 화폐의 대표주자로 여겨진다. 칠레의 통화인 페소화도 구리 수출이 많은 나라로, 20일에 4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며 고공행진을 이어갔다.
자원국들은 자원을 수출해 무역수지를 개선하기 때문에 자원 가격이 오를 때 자원국 화폐가 강세를 보이는 경향이 있다. 일본 다이이치생명경제연구소의 니시하마 도루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자원국 통화는 대량 상품 시황과 연동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비철금속 가격 상승
비철금속과 같은 벌크 상품의 가격은 역사적으로 높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20일 런던금속거래소에서 3개월물 구리 가격은 톤당 1만1104.5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환경운동가들의 항의로 파나마 광산이 폐쇄되면서 수급이 촘촘해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다.
또한, 미국의 인플레이션 둔화 조짐에 따라 연준의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이 되살아나면서 투자자금이 위험 자산 상품으로 흘러가고 있다. 미즈호은행의 에구치 유키 은행장은 "현재 가격 상승은 투기 세력이 주도하고 있어 위험 선호 정서가 상품 가격을 끌어올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기타 자원국 통화 강세
전기차 배터리 소재인 니켈의 3개월치 가격도 9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이는 니켈 생산량 세계 3위인 프랑스령 뉴칼레도니아에서 발생한 폭동의 여파로 공급 리스크에 대한 우려가 커졌기 때문이다.
호주의 철광석과 석탄 가격은 약세를 보였지만, 구리와 니켈 가격 상승은 호주 달러 가치 상승의 유인이 되었다. 뉴욕 백금 선물 가격도 20일 1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는 시장이 중국의 수요 회복을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의 통화인 랜드 환율도 21일 9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은값도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으며, 이에 따라 은 생산국인 멕시코 통화 페소화 환율이 21일 한 달 만에 최고치로 치솟았다.
정책 금리와 자원국 통화
정책 금리가 높은 자원국도 적지 않다. 호주 달러와 남아프리카공화국 랜드가 대표적인 고금리 통화로, 호주 중앙은행은 7일 4차 회의 연속으로 정책 금리를 고공행진하기로 했다. 미국의 금리 인하 기대감이 커지면서 자원국들의 고금리가 부각되어 자금 유입을 유도하기 쉬운 상황이다.
SMBC닛코증권의 마에다 유타 신흥국 및 자원국 담당 선임 이코노미스트는 "벌크 상품 가격이 오른 데다 호주 중앙은행의 금리 인하 지연에 대한 기대감도 호주 달러 환율을 떠받치는 요인이 됐다"고 진단했다.
차승민 기자 smcha@nvp.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