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멸치'와 '멸치국수'로 대변되는 특수임무 요원들에 대한 배려

2024-02-18     이상기 칼럼니스트
윤석열 대통령이 1월 16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신임 장관·국정원장·권익위원장 및 국가안보실 3차장 임명장 수여식을 마친 뒤 수여자를 비롯한 참모진과 기념촬영하고 있다. 2024.01.16./사진=뉴시스 제공.

보이지 않는 곳,  음지에서 국가와 조직을 위해서 일했던 분들이 있기에 오늘의 대한민국이 있다.

"음지에서 일하고 양지를 지향한다”는 구호는 우리 국가정보기관(국정원)의 모토(생활신조)이기에 널리 알려져 있다.

'음지'와 '양지'라는 두 가지 개념이 존재한다. '음지'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흔(족)적을 남기지 않고 주어진 특수임무를 수행하는 것이다.

특히 훗날 내세우지 말고 일체의 언급하지 않는다는 조건하에 뭘 바라지도 말고 헌신적으로 희생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그럼 '양지'는 무엇인가?

양지는 국가의 안위와 번영으로 그 명확한 목표만을 지향해야 한다는 광의의 개념을 일컫는다.

그럼 실제로 보이지도 않는 영역에서 국가·군 차원에서 선의의 특수한 실제 행동(액션)을 요구하는 조직의 구호는 뭘까?

"멋있게 싸우고 값있게 죽자"이었다. 이른바 음지에서 국가와 조직을 위해 이 한 목숨 걸고 가치 있게 내 던지자는 뜻이다.

이와 관련 성경 마태복음 6장 6절에 "마 6:6) 너는 기도할 때에 네 골방에 들어가 문을 닫고 은밀한 중에 계신 네 아버지께 기도하라. 은밀한 중에 보시는 네 아버지께서 갚으시리라." 라고 하였다.

어쩌면 이러한 생활신조를 조직은 강조하였고, 조직원들은 이를 굳게 믿고 실천 하려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야만 한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구호들과 함께 음지·양지 개념은 단적으로 멸치와 멸치국수로 설명될 수 있다.

어쩌면 멸치 같은 그분들의  희생이 있었기에 오늘 처럼  살만한 세상이 된 것이다.

안영희 시인은 "멸치국물 같은 사람들이 있기에 살만한 세상"이라는 시에서 멸치의 역할을 적나라하게 묘사했다.

세상사에서 겉에 드러나는 것과  겉에  전혀 나타나지는 않지만 묵묵히 역할을 다해 그 진가를 유감없이 발휘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하지만 보이지 않게 사라질뿐이지 그 진가는 후대에 시간이 흘러 나타난다.

"맛 모조리 빨린 후 그 물고기는 건져 버려지고 식탁을 일어서며 말한다. 사람들은 칼국수 맛이 참 좋군!"이라고 감탄사를 연발한다.

정작 맛을 낸 것은 정작 퉁퉁 분 그 몸뚱어리인데도 멸치는 없다. 그 어디에도 보이지 않고 그의 그림자도 찾을 수 없다. 

세상살이 하다 보면 진정 그 길을 열고 닦았던 사람은 잘 기억되지 않는다. 

그 어디에도 진면목은 없고 보이는 것은 겉장뿐이기 때문이다.

이른바 그것이 맛을‘내는 자'와 '먹는 자'의 차이이다.

하지만 세상은 통상적으로 맛을 내는 그 험난하고도 어려운 고초를 겪은 멸치를 기억하기 보다 멸치국물만을 기억하기 쉽다. 비록 세월이 흘렀지만 멸치의 진면목을 알아줘야 한다.

이게 바로 보훈의 핵심이자 선진국으로 가는 첩경이다.

멸치를 기억해 주는 노력을 국가가 나서서 진력을 다하는 모습을 보일때 후배들도 진정으로 자발적으로 나서서 기꺼이 멸치가 되려는 위국헌신의 길을 가게 될 것이다. 

이상기 칼럼니스트 sgrhee21@nvp.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