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전 인사이트] 피아노와 전기밥솥 변천사... '인구 절벽' 실감 난다
세상이 변해도 너무 빠르게 격변 하고 있다. 격세지감이다.
그 중심에 저출산·고령화 문제가 자리 잡고 있다. 이에 우리 삶의 패턴도 바뀌어지고 새로운 풍속도가 자리 잡아가고 있다. 두 가지 사례는 적나라하게 이러한 단면을 보여주고 있다.
1980년대 이후 맛있는 쌀밥을 먹기 위해 모든 가정에서 압력 밥솥 구비 경쟁이 일어났다. 이에 한일 양국의 압력 밥솥 기술 경쟁은 치열했다. 일본 출장 가서 올 때 최고의 선물이 코끼리 밥솥이었다. 신혼부부 혼수 목록에서도 전기밥솥은 필수 구입품이었다.
이에 쿠쿠는 자체 개발한 압력전기밥솥으로 시장을 평정했다. 쿠쿠는 누적 판매 2000만 대로 '국민 밥솥'으로 부상되면서 2010년대 초 까지만 해도 중국 온라인 쇼핑몰이나 한국을 찾는 유커들의 쇼핑 1호가 한국산 밥솥이었다.
치열했던 전기밥솥의 전성기 시대도 인구 감소나 노령화로 제품이 급변하고 있다. 한국 가구의 연간 쌀 소비도 영향을 미쳤다. 1970년 1인당 136kg에서 2021년 56kg으로 약 1/3로 줄었다. 이제 핵가족 시대에서 싱글 가구 증가로 혼밥 시대로 변하고 있다. 원래 밥솥은 6인분이 기본 용량이었다. 하지만 2000년대 들어 3~4인용으로 줄어들더니 이제 1인용(혼밥·단순 요리용)이 등장하는 등 크기와 용도가 달라지고 있다.
과거‘중산층의 상징’이었던 피아노가 이제는 버리기도 어려운 천덕꾸러기 신세가 됐다고 중앙일보가 최근 보도했다.
동네서 '띵띵띵' 하는 피아노 소리 사라졌다는 것이다. 아파트 층간 소음으로 인해 피아노 연주는 갈등요소가 되고 있는 것이다. 이에 집안에서 피아노 사용이 어려워지면서 구식 아날로그 피아노가 가정에서 설 자리를 잃게 되었다. 그러다 보니 1980~1990년대에 붐이 일었을 때 불티나게 팔렸던 피아노들이 최근 들어 매물 시장도 아닌 고철 처리용으로 쏟아져 나오고 있다는 얘기다.
한때 중산층 가정의 필수품이었던 아날로그 피아노가 애물단지로 전락한 주된 이유 중 가장 큰 요인은 저출산이다. 초등학교 학생 수가 급감과 함께 대학 입시에서 피아노와 미술 수준을 요구하는 곳이 없다. 필수인 영어·수학 과목과 달리 예능 교육은 그다지 절실하지 않게 되었다. 이를 반증 하듯이 서울 시내 피아노 학원 수는 2019년 1295개에서 올해 1133개로 12.5%가량 감소했다.
두 가지 추세는 저출산 추세를 단적으로 잘 보여주고 있다. 이 시대에 우리 사회의 암울한 자화상이다. 저출산으로 인한 인구 감소가 국가적 최대 과제로 부각되었다. 만시지탄이다. 빠르면 빠를 수록 좋다. 실질적인 대책을 세워 실천에 옮겨야 한다.
일과 양육이 확립될 수 있는 환경 조성, 남녀 임금 격차 해소, 획기적인 출산 장려 정책, 기혼 여성의 경력 단절 최소화, 필수적인 교육비와 젊은층의 주거비 부담 요인 제거 등이 시급하다.
범 정부적인 차원에서 여야가 맞대어 지혜를 모아야 한다. 이를 통해 정부의 강력한 주도 하에 가정과 지방자치단체, 사회가 함께 책임을 지는 자세로 단기·중기· 장기 로드맵을 세워 해결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