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양배추 물김치 와 늦가을의 정취
가을은 남자들에게 매우 중요한 계절이다.
멋있는 옷차림과 아름다운 색감, 여유로운 분위기와 맛있는 음식, 그리고 여행하기에 딱 좋은 계절이다.
이 모든 것들이 남자들의 가을을 더욱 특별하게 만들어준다.
멋진 계절 가을이지만 늦가을은 더욱 나를 뒤돌아보게 하는 사색의 시간이다.
그저 마음은 항상 가을이였으면 합니다. 동면과 멈출의 겨울을 맞기 위한 가을은 정리를 준비하는 시기이다.
천고마비의 계절이라지만 원인 모를 쓸쓸함과 울적함에 빠지기 십상인 남자의 계절이기도 하다.
실제로도 '가을을 탄다'고 느끼는 남성들이 많아진다.
혼자 혼술과 혼밥을 할때 빼놓을 수 없는 반찬은 다름아닌 김치이다.
그중에서도 술안주로 부담없는 김치가 양배추 물김치다.
가을이 가을! 가을! 하며 소리 치면서 익어갈때 양배추 물김치도 익어간다.
톡 쏘면서 상쾌한 국물맛은 어릴적 소풍갈때 처음 맛본 사이다의 그 맛이다.
짜릿함과 새콤달콤 바로! 그 맛이렸다.
아삭아삭 양배추가 혀끝에 머물러맛의 절정으로 치닫을때울진 연호정 작은 동산에금강 소나무 향기 내뿜어내 허전한 가슴을 찌르고 있었다.
어느덧 해는 저물어 눈부신 노을이 내 인생의 붉은 상처로 보일때 양배추 물김치 한통이 아직 남은 인생의 여로에 따뜻한 손길로 다가와 준다.
그저 떨어지는 낙엽처럼 오늘도 덧없이 정처없이 흘러만 간다.
하지만 재즈가 흐르는 나의집 식탁에 앉아양배추 물김치 듬뿍 떠놓고 김치 담궈 나눠준 그분!
맑고 깨끗한 영혼과 예쁜 마음을 생각한다.
아~ 나는 가슴 벅차고 황홀한 맛에 녹아들어 미각의 도서관 속에서 눈물을 훔치고 있다.
늦가을의 아쉬움은 곧 겨울로 다가서는 시간 앞에서 속절없이 스쳐 지나간다.
임장근 (전)한국해양과학기술원 부원장